2020/10/24 19:43
나는 항상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보면, 전에 했던 생각을 다시 하게 되고, 같은 결심을 계속 반복했다. 이런 복잡한 내 뇌속을 정리하기 위해 나는 글을 써내려가곤 했다. 생각이 그저 스쳐지나가지 않게 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같은 생각을 의미없이 반복하지 않고 머리를 비우기 위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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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발표를 준비할 때, 하나에서 줄기 뻗어 나가 너무 방대한 양을 조사하곤 했다. 어느 무엇보다 규율을 중시했고, 성선설을 굳게 믿었다. 색이나 사물에 대해 공감각을 느꼈지만 사회적 고정관념의 결과라고 치부했다. 여러가지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탓에 한가지에 집중을 잘 하지 못하였다. 모든 단어마다, 그리고 모든 지식마다 뉘앙스를 느꼈고, 이를 다른사람에게 전달하기란 너무 어려웠다. 질문할 때면 항상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한다는 듯이 대답했다. 생각한 대로 말이 나오지 않아 더듬곤 했고, 항상 사랑에 목이 마르고 집착했다. 항상 이상적인 완벽을 기했고, 원칙주의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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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위와 같은 성격을 띄는 사람들을 상담하며 작성한 특징점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나, 여기서 소개하는 하나하나의 특징이 하나도 빠짐없이 나를 표현한다. 자기 소개 대신 이 책을 내밀어도 될 정도로.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공감해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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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런 나를 스스로 '정리되지 않은 자아', '미성숙한 자아'라고 생각했다. 나만 이렇게 이상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의 15 - 20 % 는 나처럼 우뇌형 사고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꿰뚫어보듯 설명하니 극한의 공감과 함께 안도감이 밀려왔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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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정신적 활동 과잉인'이다 -이 책에서 쓰는 표현인데, 나와 같이 생각을 무지막지하게 많이 달고 사는 사람들을 정확하게 '표현하려 노력한' '증상명'이다. 다른 사람보다 많은 생각을 머리에 담고 산다. 나는 내 멈추지 않는 엔진을 슬기롭게 가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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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도 제시했듯이, 나는 하나 또는 여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활기차다. 일기를 쓴다거나, 운동을 시작한다거나, 정리를 한다고나, 뭔가를 배운다거나. 이런 것들이 나의 뇌를 공회전으로 마모되지 않고 힘차게 돌아가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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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군을 하며 느꼈던 것이, 행군할 때 걷는 것은 내 자의로 발을 디디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이뤄지면서 나는 이동하는 것이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결심이 행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결심을 이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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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나는 끈기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의 환기가 자주 일어나, 집중을 끊지 않고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5초의 법칙'이 설명하듯이, 그리고 우리 아버지의 격언이 설명하듯이, 행동하는 대로 생각을 바꿀 것이다. 행동을 먼저 함으로써 게으름의 문턱을 넘게 되면 손쉽게 다시 집중의 고도로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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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와서 꼬박꼬박 일기를 쓰며, 나는 차곡차곡 쌓여가는 작은 성공이 큰 성취감을 짓는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제 계획을 세우거나 일을 할 때, 목표를 세분화해서 어느정도 달성했는지를 느끼며 더울 박차를 가해 완성까지 다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