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이우드가 2024년 1학기 수강한 '합리적 선택과 결정' 강의에서 기말 대체과제물로 제출한 글입니다.
GIST 대학 학부생 기숙사의 각 층에 설치된 공용 쓰레기통은 항상 회자되는 고질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이 쓰레기통의 매번 용량 이상으로 쓰레기를 배출해 주변으로 쓰레기가 흘러 넘친다는 점이다. 미적/위생적 측면에서 좋지 않은 이런 현상을 해결하고자 기숙사 자치회 격 기구인 하우스 운영회에서는 공용 쓰레기통 투아웃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매주 정해진 시간 기준 쓰레기가 넘치도록 쌓이는 층은 out 이 기록이 되고, 이 out 이 누적 2번이 되었을 경우 즉시 해당 층 쓰레기통을 주말간 회수하는 벌칙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책의 골자는 '쓰레기가 넘치도록 과도하게 배출한 층은 쓰레기통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인데, 이 정책이 무색하도록 쓰레기는 계속 쌓이고 많은 층이 격주로 쓰레기통이 회수되고 있다. 본 에세이는 본교 기숙사 하우스 운영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용 쓰레기통 투아웃제도의 비판점을 합리적 선택 이론에 의거해 찾아보려 한다. 먼저, 현 정책이 어떤 측면에서 효력이 없는지 논증하기 위해 현 정책이 제시하는 상황의 decision table 을 작성하여 문제점을 찾아보려 한다. 또, 현 정책의 벌칙 제도가 어떻게 효용(utility)을 변화시키고, 개인이 느끼기에 어떤 decision table이 그려지는지 알아봄으로써 정책의 벌칙 제도가 억제력을 가지지 않음을 논증하려 한다.
먼저, 정책이 제시하는 각 상황의 utility table 을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아래 표는 각 층의 공용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는 선택은 수거장에 내려가서 버려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의미에서 수거장에 내려가서 버려야 하는 선택지보다 효용값이 큼을 상정했다. 또, 모두가 수거장에 가서 버렸을 때 쓰레기통이 넘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고, 모두가 공용 쓰레기통에 버렸을 때 쓰레기통이 넘치지 않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책이 제시하는 각 상황은 집단의 적절한 행동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표 1. 공용 쓰레기통 투아웃제도가 제시하는 utility table
쓰레기통이 넘치지 않는다
쓰레기통이 넘친다
수거장에 가서 버린다
지금 불편
지금 불편 + 주말 패널티
공용 쓰레기통에 버린다
지금 편리
지금 편리 + 주말 패널티
이 표는 얼핏 보면 사전 합의 소통이 없는 죄수의 딜레마와 닮아 있다. 어떤 상황이던 공용 쓰레기통에 버리는 선택지가 수거장에 가서 버리는 선택지를 압도하므로 모든 사용자는 공용 쓰레기통에 버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아래에서는 사용자가 맞닥뜨리는 각 상황에서 이 decision table 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며 각 상황에서 정책이 이끌려고 하는 방향과 실제 사용자의 선택이 엇갈림을 논증하려 한다. 첫째로, 해당 정책은 공용 쓰레기통이 꽉 찬 시점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억제하지 못한다. 만약 쓰레기통이 가득 차 있지 않고 사용자가 버릴 쓰레기가 쓰레기통을 꽉 차게 만들지 않는다면 공용 쓰레기통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히 이득이다. 또한 쓰레기통이 가득 차 이미 out 이 되는 상황에서도 사용자가 버릴 쓰레기가 사회적인 유틸리티에 변화를 만들지 않으므로, 공용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이득이다. 즉, 어떤 벌칙이던 간에 쓰레기가 넘치기 시작하면 (다시말해 벌칙 수행이 확정되었으면) 쓰레기를 더 두고 가는 것을 정책은 막지 못한다. 표 2. 사용자가 버릴 쓰레기가 쓰레기통을 꽉 차게 하지 않을 경우
쓰레기통이 넘치지 않는다
쓰레기통이 넘친다
수거장에 가서 버린다
지금 불편
(조건 외 상황)
공용 쓰레기통에 버린다
지금 편리
(조건 외 상황)
표 3. 쓰레기통이 이미 가득 찼을 경우
쓰레기통이 넘치지 않는다
쓰레기통이 넘친다
수거장에 가서 버린다
(조건 외 상황)
지금 불편 + 주말 패널티
공용 쓰레기통에 버린다
(조건 외 상황)
지금 편리 + 주말 패널티
둘째로, 해당 정책은 쓰레기를 더 버렸을 때 공용 쓰레기통이 넘치는 시점에도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막지 못한다. 사용자가 쓰레기를 버렸을 때 즉시 효용값이 변하는 지점은 바로 쓰레기통이 거의 꽉 차 사용자가 새로운 쓰레기를 버리면 쓰레기통이 넘치는 상황일 것이다. 그 때의 decision table 은 아래 표와 같다. 표 4. 쓰레기통이 거의 꽉 차 또 버리면 쓰레기통이 넘치는 경우
쓰레기통이 넘치지 않는다
쓰레기통이 넘친다
수거장에 가서 버린다
지금 불편
지금 불편 + 주말 패널티
공용 쓰레기통에 버린다
(조건 외 상황)
지금 편리 + 주말 패널티
이 경우에도 공용 쓰레기통에 버리는 선택지가 수거장에 가서 버리는 선택지를 압도하므로 사용자는 쓰레기를 버리게 되고, 따라서 상황은 쓰레기통이 넘치는 시나리오로 흘러가게 된다. 따라서 정책은 쓰레기통을 꽉 차게 만드는 상황에서도 억제력을 가지지 못한다. 위 두 논증을 통해 현 공용 쓰레기통 투아웃제도가 부정적 상황을 억제하는 능력을 지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는 그 어떤 벌칙성 정책도 상황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끌지 않음을 알 수 있고, 따라서 해당 문제는 사용자집단을 상대로 한 벌칙성 정책이 아닌 다른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작가의 말. 이 글은 단순히 현행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공격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정책을 제시하지는 않는 점에서 불완전한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