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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물을 위한 삽질
    나의 글, 나의 노래/감자 글 2024. 6. 2. 02:36

    요즘 나는 내가 살고 싶은대로 사는 실천적 방법들을 고민했다. 그 삶이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그렇게 살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자세하게 스케치하려 했다. 코딩업계의 용어를 빌리자면, 탑다운(Top-down) 방식과 바텀업(Bottom-up) 방식을 모두 동원하여 내가 가야 할 미래를 상상해보려 했다. 
     
    생명이란 무엇인지 고찰해본 글도 그 고민의 일환이었다. 엄밀한 정의를 내리려하니 형이상학적으로 새버렸지만, 원래 글을 쓰게 되었던 의도는 '어떤 일에 생명을 붙이는 일'에 대한 고찰이었다. 내가 꿈꾸는 일들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었다. 흔히들 말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버는 방법'에 대해 도전적으로 고민하기 앞서, 어떤 일이 '지 스스로 굴러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해 알고 싶었다. 결국 불멸에 대한 요상한 결론으로 끝맺었지만 말이다. 내가 하려는 일이 스스로 생명을 지니게 되고, 끊임없이 돈을 벌어다주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Photo by Call Me Fred on Unsplash

     내 삶에 대한 첫번째 질문은 의외로 싱겁게 결론내릴 수 있었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지금 하나로 정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 조금씩 하던 일이 점점 재밌어져서 진지하게 시간을 쏟고 싶어질 때도 있고, 열중하던 일에 번아웃이 와서 하산하고 싶을 때도 있다. 스스로의 결과물에 부족함과 부끄러움을 느껴 모두 내려놓고 폐관수련을 하고 싶을 때도 있다. 심지어, 아이가 생겨 아이의 성장 외에는 전혀 무의미하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다. 아무리 고민해보았자 삶에 중심에 섰으면 좋겠는 일들은 늘 변한다.
     
    원하는 삶은 지금 정할 수 없다고 치고, 그럼 현재 살고 싶은 삶은 어떻게 이루는가? 살고 싶은 모습을 살지 못하게 막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가. 가장 큰 것은 금전적 뒷받침이겠다. 둘째는 그런 삶을 살기 위한 시간적 여유일 것이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단번에 해결하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을 직업으로 삼자' 는 낙관적 결론에 쉽게 도달한다. 일로 만들면 그것이 돈을 벌어다 줄 것이고, 일로 만들면 내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그것에 투입하게 되니깐.
     
    하지만 다들 금방 깨닫듯,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하지 못할 가능성이 짙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소설 쓰기인데 돈을 위해서 남의 글을 편집하는 편집자가 된다던지. 내가 살고 싶은 삶이 고스란히 유지되면서 자본적인 생명을 가지기는 참으로 어렵다. 누구든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적성은 그것이 아직 직업이 아닌 상황(이를테면 취미나 동아리 활동)에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정확히 그 직업 (이를테면 내 꿈은 변호사야!)이라면 모를까. 하지만 이 경우도 정작 그 꿈의 직장을 하게 되면 상상했던 것과 다를 수가 있다. 짝사랑이 끝내 이뤄졌더니 그간 가졌던 환상이 깨지는 것과 비슷한 경우일까. 

    Photo by Jason Goodman on Unsplash

     
    여기서 더 나아간 발상이 바로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수단적인 직업을 구하는 것이다. 이런 직업은 금전적 뒷받침을 마련해줄 수는 있겠으나 시간적 여유는 여전히 빼앗긴다. 어쨌든 직업이라 하면 9 to 6가 기본적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서 돈이 들어오는 직업은 찾기도 어렵고, 있더라도 소수의 사람이 꿰차고 있다. 일확천금을 바라고 기회주의적으로 직업관을 갖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해보세요' 도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이란 것이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거니와, 현재 하는 일을 살고 싶은 모습이라고 자가 최면하는 것은 어찌보면 삶이 고이는 지름길이지 않나 싶다. 삶에 새로움을 과연 긍정적으로 보아야 하는가는 사람마다의 성향 차이긴 하다만, 살고 싶은 모습은 시시각각 변한다는 관점에서 지금 하는 일을 끝까지 좋아하게 유지하는 것도 꽤나 지치는 일이라 생각한다.
     


    내가 최근 골몰하고 있는 분야는 '창업'이다. 머니 플로우를 설계하고 끊임없이 수정하며 금전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이다. 처음에는 창업을  '큰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자수성가 방법'이라고 받아들여 수단적으로 관심 가졌지만, 막상 큰 돈을 만지는 사람은 생각보다 소수이고 그 뒤에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실패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잠시 주춤했다. 게다가 큰 돈을 만지는 것과는 별개로 쉼없이 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에 씁쓸해 하는 나 자신을 보고 '아, 나도 기회주의자에 지나지 않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고민하면 할수록 창업은 직업보다는 라이프스타일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세상에 선보이는 일을 끊임없이 하며 그중 하나 둘이 자본시장에서 받아들여져 금전적 기반을 메꾸는 식의 '메타 직업'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그런 창조적인 작업을 좋아해야만 지속할 수 있는 직업인 것 같다. 
     
    자본시장을 읽고 자신 방향으로 현금 물꼬를 틀 수 있는 것은 한편으론 적극적인 돈벌이 방식이란 생각을 한다. 주식투자가 흐름을 수동적으로 읽고 그 다음 방향을 예측해 물살을 타는 서핑이라 하면, 창업은 내 스스로 파도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첨벙첨벙 패들링하는 것과 같다. 내가 원하는 파도를 성장시키기란 그냥 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게임이다. 잔잔한 곳에서 스스로 패들링 해나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조그만 파도를 먼저 느끼고 그것을 키우는 안목이 중요하다. 
     
    한편으로, 창업이 스스로 굴러가는 손목시계를 만드는 것이라 하면, 일반적인 회사업은 톱니바퀴에 지나지 않다는 오만한 우월의식도 만든다. 막상 톱니바퀴도 해보지 않았으면서 손목시계를 만들길 바라고 톱니바퀴를 업신여기는 것이 스스로 참으로 같잖다.

    Photo by Finding Dan ❘ Dan Grinwis on Unsplash

     나는 창작하기를 좋아한다. 항상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그것을 머릿속으로 구체화하길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에 옮겨 실제로 만들어보는 것까지 정말 재미를 느낀다. 원래 지식을 채우길 좋아했던 내가 언제부턴가 내가 가진 지식들로 새로이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을 탐하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나를 비롯한 많은 창작가 기질의 사람들이 자본시장 세상에서 니체가 말하는 디오니소스적 즐거움을 찾기 위해선 창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적성은 창작이고 그들의 직업은 창업일 것이다. 창작은 본질적으로 새로운 것이고,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요즘 당타시 프로젝트에 힘을 주고 있다. 나와 비슷한 삶의 고민을 하는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나만의 수단이다. 나는 이들이 한데 묶여 '창작자 그룹'을 이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창작활동을 하며 홀로됨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리라. 밴드활동을 하는 음악계 지망생들이 부러웠기 때문이리라. 창작이라는 불안한 길을 서로 받쳐주며 성장해가는 든든한 동료가 있으면 남부럽지 않겠다는 상상을 한다.
     
    당타시 프로젝트를 참여하는 게스트들은 분명 이 프로젝트에 매력을 느낀다. 다만 나 혼자서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이끌어나가는 것에 지치고 게을러져서 성장이 더뎠다. 그러던 와중 최근 일련의 당타시 세션에서 응원 내지 채찍질의 메시지를 들어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학교 외부로 나아가 '출장 당타시'를 펼쳐보고 있다. 앞으로 찾아올 게스트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당타시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리고 당타시를 통해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당타시 프로젝트가 스스로 일어나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보조바퀴를 달아주려 한다. 적어도 당타시 그 자체에서 매출이 나와 내 사비를 들이지 않고도 프로젝트가 굴러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보려 한다. 
     
    당타시는 또한 나의 보조바퀴이다. 당타시에 머니플로우를 붙여보면서 창업의 여러 방법론을 익혀가려 한다. 적어도 현재 내가 원하는 삶은 '당타시 호스트' 이므로, 내가 살고 싶은 삶에 금전적 생명을 달기 위해 열심히 시동걸고 있다. 

    Photo by Kaiyu Wu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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