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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페
    나의 글, 나의 노래/에세이를 써보자 2024. 1. 5. 02:21

    나는 자세히 관찰하기를 좋아한다. 여러모로 궁금증이 많고 호기심이 많은 나는 그 대상이 무형이던 유형이던 간에 찬찬히 톺아보기를 좋아한다. 식물들에 물을 주며 잎을 가까이서 본다던지. 길가 매대의 신기한 소재 옷감을 만져본다던지. 듣기 좋은 노래를 악기 별로 집중해서 들어본다던지. 새로이 맛보는 디쉬를 천천히 음미한다던지. 물리 공식의 생김새로 물리학적 의미를 고민해본다던지.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감정을 조목조목 원인정리 해본다던지.

    관찰해야만 눈치챌 수 있는 숨은 정보들이 보일 때가 있다. 밤하늘 희미했던 별들이 오래 쳐다보고 있으면 하나둘씩 반짝이는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교수님의 닳은 소매와 자켓 주머니의 분필 자국을 보고 판서하길 좋아하시는지 눈치채고. 부쩍 많이 생긴 2+1 행사 상품들을 보고 사장님 지갑 사정이 넉넉지 못함를 눈치채고. 셜록 홈즈가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 '꿰뚫어 보는' 순간의 감각이 참으로 짜릿하다.

    관찰은 새로운 공상의 나래의 물꼬가 되어준다. 지하철에서 주변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고 저 사람이 겪은 오늘의 에피소드를 상상해본다던지. 키오스크 줄을 기다릴 땐 주문이 밀려들어오는 점심시간 카페 알바의 시점을 연민한다던지. 서점에 꽉꽉 들어찬 책들을 보며 손님들 사이 숨어 자신의 책을 집어가는 사람이 있는지 신경쓰는 작가를 상상한다던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잠시 색다른 삶을 살아보고 색가른 위치와 상황에서의 사고관을 경험한다.

    혹자가 그랬듯 무엇이던지 이해하면 사랑하게 된다. 내 식물의 잎파리 갯수를 알고 크기를 알게 되면 나날이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비로소 생명을 느낄 수 있다. 잔뜩 향수를 뿌리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을 보고 화내기 전, 평소와 달리 빼입은 옷차림에 수업 후 소개팅을 눈치채고 나도몰래 설레한다던지. 그것이 뭐든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게 된다.

    세상 모든 일은 다 그럴만한 그럴듯한 이유와 상황이 있다. 다만 내가 살아온 사고관에선 그럴듯해 보이지 않을 뿐. 세상을 관찰하며 하나하나 새로운 사고관을 포용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절레 너그러워진다. 비로소 주변인들을 미워하지 않고, 상처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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