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이 시, 내가 사고 싶소 (2)
    나의 글, 나의 노래/에세이를 써보자 2024. 2. 26. 07:00

     

    나는 나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하고 싶어.

    내 에세이의 독자이자 내가 친애하는 글쟁이가 자신의 꿈을 설명하며 사용한 표현이다. 나는 무엇 때문에 내 의미없는 시간들을 글을 쓰며 보내고 있는가. 나의 글쟁이로서의 욕심에 대해 써보자.
     
    나는 글로 돈을 벌어보고 싶다. 정확히는 비문학 책도 써보고 싶고 에세이도 쓰고 싶다. 무엇보다도 소설을 써보고 싶다. 세 갈래의 글을 쓰고 싶어하는 동기는 서로 사뭇 다르다. 
     
    먼저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을 담은 비문학 서적을 저술하고 싶다. 이 갈래의 집필 욕구는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것이 뭐가 있는가? 가진 거라곤 성한 몸과 지금까지 받아온 교육 밖에 없는 나에게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객관적인 시장 가치는 나의 지식이다. 화려하다면 화려한 나의 가방끈을 내세워 내가 차곡차곡 열심히 정리해 온 지식 체계를 글로 써내게 되면 누군가는 그 것으로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될 것이다.  
     
    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그 분야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체험해 보고, 그 시각적 해상도를 끌어 올리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지금까지 몸 담았던 분야들에 대해 내가 스스로 이룩해 온 시야의 해상도를 다른 사람 머릿속에서 재건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분야로 따지자면 물리가 될 수도 있고, 수학이 될수도 있고, 커피, 음악, 기타가 될 수도 있다. 하다 못해 코딩이나 글쓰기가 될 수도 있다. 한 분야에 대해 내가 밟아온 대로 지식을 쌓다보면 그것이 곧 내 지식 수준까지 도달하기 위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이런 책을 만들어 가장 좋은 점은 내 지식이 나에게 경제적 수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책으로 엮어내면 지식은 배우려 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태어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소비될 수 있다. 말하자면 수학의 정석을 만든 홍성대가 되는 것이지. 이런 경제적 수입 외에도, 내가 쓴 책은 그 분야에 내가 능통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물리적 증거물이 된다. 그것으로 나의 학업적 성과와 전문적 쓰임새를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Photo by Darius Bashar on Unsplash

     
    두번째로 내가 쓰고 싶은 책은 에세이집이다. 에세이집을 쓰고 싶은 이유는 단순하다. 내 생각이 옳다는 것을 혹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받거나 비판받거나 하며 교정받고 싶은 것이다. 누군가에게 내 에세이가 '그래, 맞아!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 하며 무릎을 탁 칠 내용일 수 있고, '그건 진짜 잘못된 생각이다' 하는 반박의 욕구를 일으키는 내용일 수도 있다. 반응이야 어느 방향이던 간에, 나의 생각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심판대에 올려놓으려면 일단 기록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 생각들을 글로 적어내어 에세이집으로 정리하고 싶다. 
     
    내가 한 분야에 저명한 사람이 되거나 내가 쓴 에세이집 그 자체로써 대중의 찬사를 받아 저명해지게 되는 순간을 꿈꾼다. 그렇게 되어 나의 한마디 한마디가 세상에 굵직하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그 모습을 꿈꾼다. 그때야 말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지 않을까. 
     
    세번째로 내가 쓰고 싶은 책은 소설집이다. 이것은 상술한 내 에세이집의 발전형 집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설과 같은 문학에서 어떠한 생각 한 가닥이 전달되는 그 순간을 매우 멋있다 생각한다. 이를테면 전래동화에서 배우는 교훈 같은 것 말이다. 혹은 운수 좋은 날에서 느껴지는 창자가 끊어지는 상실감 같은 것 말이다. 이러한 sensation 들은 작가의 문학적 설계에 의해 독자 내부에 빌드업 된 것이다. 소설에서 여러 쓸데없는 디테일들을 읽으며 독자는 그 순간 속으로 더욱 몰입하고, 더욱 서술자와 동일한 생각흐름을 갖게 되도록 훈련을 받는다. 훈련이 끝난 파블로프의 독자들은 이제 작가가 설계한 전율의 순간을 목도하면서 저도 모르게 침을 질질 흘리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 설계가 마치 하나의 긴 최면과 같아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바를 자신 스스로 자아내게 만드는 '바이러스 증식'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학적 기법이야말로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느낀다. 
     
    글을 쓰려 하는 이유야 그렇다 치고, 그럼 그 글로 돈을 벌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작가의 말
    이번 글에선 내가 글쟁이로써 이루고 싶은 작은 욕심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 나는 이 글을 바탕으로 '작가로서의 삶'이 나에게 어떤 자아실현의 의미를 만들어내는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작가의 말2.
    새학기 모두 화이팅입니다..
    새학기를 열며 제가 삶의 루틴들을 어떻게 세워가는지도 글로 남겨 보겠습니다. 

    '나의 글, 나의 노래 > 에세이를 써보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9일 지연 연재 공지  (0) 2024.02.29
    이 시, 내가 사고 싶소 (完)  (0) 2024.02.27
    이 시, 내가 사고 싶소 (1)  (1) 2024.02.15
    루페  (2) 2024.01.05
    논리적 불멸을 꿈꾼다  (0) 2023.11.29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