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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시, 내가 사고 싶소 (完)
    나의 글, 나의 노래/에세이를 써보자 2024. 2. 27. 07:00

    1. 작가라는 직업의 개인적 의미.
    글을 업으로 한다는 것은 내가 써내는 글이 곧 나에게 경제적 수입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의 글은 타 저자들이 써내지 못한 가치를 품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그 누구보다 빠르거나, 전문적이거나, 독창적이거나, 어느 방향이든 매혹적이어야 한다.
     
    또한 글을 업으로 한다는 것은 하루에 하는 일 중 가장 큰 파이를 할애하여 글을 쓴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하루 중에 가장 공들여 한 것이 글쓰기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시대에 만연한 저자들 사이에서 두각을 낼 수 있겠는가. 하루키와 같이 하루에 딱 20장만 쓰든, 하루종일 글을 써 빠르게 다작을 하든 간에 글쓰기가 삶에서 뽑을래야 뽑을 수 없는 큰 기둥이 되는 것이다.
     
    또한 글을 업으로 한다는 것은 내 자신을 하나의 신용상품으로 브랜딩하는 것이다. 책이라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한 게, 가치로 평가받기 위해서 읽히는 순간 가치가 떨어진다. 읽기 위해서 사는데, 사기 위해 먼저 읽어보면 살 이유가 어느정도 해소되는 것 아닌가. 또 책이 신기한 상품인 것이, 바로 책이 소비되기 전까진 그 책이 어떤 가치들을 품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뽑기와 같은 것이지. 그래서 책의 추천사와 표지, 출판사, 그리고 작가의 명성이 그 속 내용보다 구매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말하자면 나의 책은 그 가치를 보고 팔리는 것이 아니다. 내 이전 저술들의 가치에 의해 팔린다. 따라서 나의 저술은 그 다음 저술이 팔리게 하기  위한 신뢰도방어의 역할을 한다. 이번 작품이 별로였으면 다음 작품은 잘 읽히지 않을 것이다. 참으로 요상한 구조이다. 
      

    사진 1. 뭐야, 책 사는데 읽어보지도 못한다고?


    글을 쓰는 행위와 별개로 또 글을 파는 행위는 내 집필 생활과 상호적으로 영향을 준다. 꾹꾹 눌러 쓴 내 글들은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읽히고 사람들에게서 소비된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기도 하며, 내 글이 돈으로 교환되면서 그 사회적 가치를 띠게 된다. 글을 판매하는 것은 글을 생산하게 부추김과 동시에 포장하여 매듭짓는다. 

    글을 업으로 삼고 싶다고 해도, 전업 작가가 하고 싶은 건 또 아니다. 다만 주기적으로 책을 쓰는 직장인 정도가 하고 싶은 것이다. 매일 20장이라도 써서 글을 편찬해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2. 가치 부여자가 되고 싶다
    나는 내가 소유하고 있는 가치를 돈으로 바꾸고 싶지 않다. 나는 대신 가치를 새로 부여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나는 나를 꺼내서 팔지 않고, 내가 소화해 뱉은 토사물을 팔고 싶다. 식용 돼지 말고, 꿀벌이 되고 싶다. 쌀을 거두는 농부보단 떡을 찧는 방앗간 사장이 될래. 이를테면 의류 제조업자 같은 것. 태양처럼 자신을 일부 떼어내어 시장에 내놓기 보단, 이물질을 먹고 진주로 만들어 되파는 굴이 되고 싶다. 원유업자가 아닌 정유업자가 하고 싶다. 생산자가 아닌 포장업자가 하고 싶다. 왜, 평론 같은 거 있잖아. 이미 만들어진 것을 한번 더 씹으며 쓰는 글. 소설가보다는 평론가가 되고 싶다. 소설을 쓰는 것이 꿈인것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나의 소망이다. 
     
    내가 '이우드에 관한' 컨텐츠를 팔고 싶지 않은 이유는 뭐랄까 장기를 파는 느낌이 든다. 생각해보면 장기를 파는 것 또한 적당한 수요와 공급에 맞추어 작동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우리가 이것을 불법재화로 규정하고 막는 이유는 뭘까. 인간존엄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그런 외부적인 이유 보다도, 스스로 내비추면서 느껴지는 자멸감 내지 수치심이 크게 든다. 가슴속에 손을 집어 넣어 심장을 꺼내는 듯한 자멸감, 그리고 무대위에 서서 발가벗겨진 수치심. 이 블로그야 내가 참고 견딜 수 있을 만큼의 범위에서만 공개하기 때문에 수치심을 무릅쓰고 성장을 꾀하는 것이지만, 나의 글을 세상 누구나 소비할 수 있다면 나는 힘들 것 같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中 자신의 부품을 옵티머스에게 바치기 위해 스스로 심장을 적출해 자결한다.

     
    어느 한 배우의 인터뷰에서 꽤나 인상깊게 들은 말이 있다. 배역을 연기할 때마다 '자기 속에 내재된 캐릭터들을 하나씩 꺼내서 사용하는 느낌'이라고. 나는 그 말에서 스스로 마모되는 쓰라림과 동시에 얼마나 더 꺼낼 수 있을 지 모른다는 바닥남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너무 색다른 배역들을 몰입해가면서 연기를 하다 보니 배우로서의 삶이 얼마나 더 할 수 있는지 두려운 것이지. 더불어 그렇게 숨어있던 캐릭터들을 끄집어내주는 작품들에 경의를 표하는 듯 했다. 그래, 나의 샘물이 언제 바닥날 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던 길어올려보자. 
     
    가치 창조자의 일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고 나서 겁먹은 것 같기도 하다. 알을 낳는 고통이랄까. 가치 부여자는 그럼 쉽겠냐마는, 가치 창조자는 그 소스가 자신 스스로에서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상상의 고통이 따른다는 점에서 더 큰 고통을 느낀다고 느꼈다. 
     
    3. 그래서 너가 원하는 게 뭔데
    "이우드에 대해 알아보자" 컨텐츠 말고 "이우드 오리지널" 컨텐츠를 팔고 싶은 것이다. 이우드가 만든 무언가를 팔고 싶지, 이우드를 팔고 싶지 않다. 그럼, 내 생각과 입장은? 이우드에 대해 알아보자 컨텐츠인가? 아님 이우드 오리지널 컨텐츠인가?
     
    돈은 많은데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요, 따위의 놀부 심보인 것 같아 이만 말줄인다. 

    작가의 말
    나의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써내려가다보니, 성찰의 글은 고통스러워하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는 술술 써내려가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이중잣대인건가 싶다가도 그럼 누군 안그러겠어, 싶습니다.

     
    사진 1 출처 : https://www.google.com/url?sa=i&url=https%3A%2F%2Fm.blog.yes24.com%2Ftony7530%2Fpost%2F6080170&psig=AOvVaw2W0f7IjrtjQ3pqOpY7bD2p&ust=1709050977817000&source=images&cd=vfe&opi=89978449&ved=0CBMQjRxqFwoTCKCivJW1yYQDFQAAAAAdAAAAABAU
    사진 2 출처 : https://www.reddit.com/r/shittymoviedetails/comments/t4kv9t/in_transformers_revenge_of_the_fallen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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