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논리적 불멸을 꿈꾼다
    나의 글, 나의 노래/에세이를 써보자 2023. 11. 29. 12:43

    나는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이야기를 듣기를 좋아한다. 나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나는 글읽기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행위들 중 '사고'의 갈래에 묶이는 것들을 모아 적어보았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동시에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듣기를 좋아하는 동시에 말하기를 좋아한다. 글을 읽는것을 좋아하는 동시에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지식 전달' 과정에서, '대화' 과정에서, '활자 소통' 과정에서 그 어느 위치에 있던 즐긴다. 그 과정 전체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그 과정에서 나는 동시에 두 위치를 경험할 수 없으니 둘 중 하나의 위치에 몰입하여 즐거움을 느낀다고 받아들인다.
     

    굿굿. 합쳐서 뀼.

     
    위에서 재정리한 세 개의 과정 (지식전달, 대화, 활자소통)은 두 인격체가 지적 평형을 이루는 과정들이다. 지식이 선각자에게서 제자에게로 전달되는 것이 지식전달 과정이다. 상대방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내 머릿속에 소화하는 것이 대화 과정이다. 지식이나 깨달음을 활자에 담고 그 결과물을 통해 동일한 지식과 깨달음을 복원해 소화하는 것이 활자 소통과정이다. 나는 이런 지적 평형관계에 다다르는 과정, 그리고 그 속에 내가 한 자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즐긴다. 
     
    지적 평형을 이루는 과정에 참여하는 개인은 서로 전달하고자 하는 개념을 상대방에게 배달하기 위해 갖가지 해석과 보강, 그리고 소화 과정을 겪는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 개념을 나는 목소리 혹은 활자를 매개로 전달하려고 한다. 우리는 상대방이 따라 걷기 쉽게 징검다리를 놓으려 설계하고, 또 우리는 상대방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려고 이 징검다리를 놓았는지 유추하며 건넌다. 징검다리를 놓는 행위는 내가 도달하게 하려는 바, 도달하려는 바와는 별개인 것으로, 참으로 기묘한 부가적 행위이다.
     
    나는 서로 지식평형을 이룬 그 완료상태에 쾌감을 느낀다기보다, 징검다리를 성공적으로 놓았음을 완료상태가 증명해줌으로써 쾌감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두 섬이 연결되었음에 기쁨을 느끼기 보다 그 중간에 놓인 다리와 그 위를 걸어서 건너가는 행인들을 보고 아름다워 하는 것과 같다. 
     

    떨어져 있는 두 물컵에 강한 전압을 걸어주면 연결되는 워터 브릿지 현상. 사진 출처: 위키백과.

     
    가는 그중에서 제일은 글쓰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을 쓴다. 책은 무시간적인 존재이다. 나는 2천년전 쓰였던 책을 읽을 수 있고, 내 책은 2천년 뒤에도 읽힐 수 있다. 그리고 책은 손실 없이 무한히 복제가능한 존재이다. 세상에 한 권이라도 남아있는 한 그 속에 지식은 세상에 머물고, 손실 없이 복사될 수 있다. 우리는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의 생각흐름을 내 존재와 분리시킬 수 있고, 따라서 나의 생각흐름을 내 육체적 유한성, 즉 죽음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나의 생각흐름을 그러한 존재로 만드는 과정이 마치 무너지지 않는 다리를 만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기록하는 것도 능력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대에 읽어도 내가 전달하려는 바를 복원할 수 있게 하는것. 그것도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단숨에 읽어지는 글을 쓰는 것은 전달하려는 바를 내가 깨달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는 별개의 능력이다. 그것을 가져야만 나의 지식과 지혜는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며, 나라는 연산장치로부터 부화해 날아갈 수 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되려하기 이전에 더 나은 연산장치, 더 실력있는 다리 건축공이 되어보자. 그렇게 하여 신착도서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독자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북적거리는 도서관이 되어보자. 

    이미지 출처 : https://www.realtor.com/news/trends/private-islands-for-sale-2/

     

    작가의 말
    이번 학기 '철학의 근본적 문제들'이라는 강의를 수강하며 여러 형이상학적인 주제들에 헤엄쳐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둘러볼 기회가 많았어요. 생각하기 바빠 글을 쓰는 시간조차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이번학기가 가면 잠시 생각을 정지시키고 그동안의 생각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보려 합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