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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위한 청결, 너를 위한 청결
    나의 글, 나의 노래/에세이를 써보자 2023. 10. 10. 21:47

    이전 글로만 끝나면 그냥 샤워 잘 안하는 사람으로 남을까봐 얼른 속편을 적는다. 

     

    이전 글에서 내가 얼마나 샤워를 싫어하는지 이야기했던 이유는 내가 얼마나 청결을 의식적으로 챙기는지 말하고 싶어서였다. 어릴 때까지 왜 샤워를 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 하도많은 추위를 견디고 얻어야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스스로 만족스러운 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많이 고민했었다. 그에 대한 나름의 대답은 이렇다. 

     

    첫째, 청결한 환경을 유지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가장 당연한 이유이다. 운동장에서 모래 뒤집어쓰며 뛰놀다가 들어와서 그대로 자면 침구에 그 모래들이 묻게 되고, 내가 뒤척이면서 나풀대면 그 모래들이 내 눈코입에 들어간다. 모래를 퍼먹고 싶지 않듯, 청결을 유지하는 것은 더러운 것들을 먹지 않게 하는 것이다. 방과 화장실을 자주 청소하고, 자주 환기하고, 침구류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 의해 행해진다. 외출복과 실내복을 명확히 구분짓고, 자주자주 갈아입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깨끗하게 식기를 설거지하고, 싱싱한 재료를 사용하고, 충분히 익혀먹고, 뒷정리를 깔끔히 해야 배아픈 일을 면할 수 있다.  

     

    둘째, 개인 위생은 주변인들에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다. 버스에서 옆자리 사람이 땀냄새가 폴폴 나면 아주 괴롭다. 엘리베이터에서 앞사람 정수리냄새가 나면 아주 괴롭다. 백숙 먹으러 갔는데 옆사람 발냄새가 나면 아주 괴롭다. 이렇듯, 몸을 깨끗이 하는 것은 주변인에게 해야 할 가장 최소한의 예의다. 개인위생 외에도 지켜야 할 마지노선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우선시되고 절대 지켜야 할 예의라고 생각한다. 샤워를 깨끗이 하고, 머리도 매일 감고, 수염과 눈썹정리도 까먹지 않는다. 손발톱을 자주 깎고, 신발과 옷을 자주 세탁하고, 식사 후 이를 꼭 닦는다. 여자들처럼 화장까진 안해도, 보기에 멀끔한 낯을 지니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셋째, 위생은 그 자체로 자존감 향상에 좋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샤워를 하면 아침잠도 달아나고 하루도 개운하게 시작할 수 있다. 자기 전 샤워를 하면 개운한 상태에서 노곤하게 잠에 들 수 있다. 이불을 햇볕에 말리면 뽀송하게 잘 수 있다. 나는 이 세번째 이유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으면 청소를 많이 한다. 일이 많이 쌓여있어 걱정이 태산이면 일단 샤워+화장실청소+옷빨래+방청소+책장정리 콤보를 한다. 침구류를 햇볕에 말리고 면도기와 칫솔을 교체한다. 방을 한참 환기하고 좋은 향을 뿌린다. 이렇게 내 주변이 깨끗해지면 일단 그 자체로 뿌듯함이 고양되어 다시 일을 잡고 시작할 수 있다. 

     

    이런 좋은 이유들이 있음에도 귀찮다는 이유 하나로 행하지 않는 것은 손해이다. 하지만 서두에도 말했듯, 나는 이런 이유를 자주 까먹고 더러운 상태로 회귀하곤 한다. 나이 스물셋 먹고 아직도 의식적으로 씻어야 한다는 것이 참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건강하기 위해, 남들을 위해, 내 기분을 위해 끊임없이 씻어야 한다! 이 좋은 이유들을 스스로 되뇌이기 위해서 글로 명문화한다.


    고등학교를 다닐때는 열심히 생활 패턴에 넣으려고 애썼다. 아침운동 갔다와서 밥먹기 전 꼭 씻고, 하교 후 기숙사에 들어오자 마자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혼정때만 교복을 잠깐 입고 다시 걸어두었다. 하지만 고달픈 고교시절 이우드는 결단력이 약하고 자기절제가 잘 안되었기 때문에, 잘 지키지 못했었드랬다... 그래도 작심삼일을 무한반복하며 청결만은 지키려 애썼던 것 같다. 

     

    군대에 가보니 씻고 청소하는 것도 습관을 들이면 힘 까딱 안하고 행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요즘엔 아침 일어나자마자 수영하기 전 샤워하고, 하루 끝 자기전 수면 준비시간에 샤워를 한다. 빨래는 매주 금요일 오전에 하고, 책상은 모닝 커피와 함께 정리한다. 이렇게 루틴 속에 넣어두니 언제부턴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청결이 유지된다. 뭐든, 귀찮지만 꾸준히 해야 하는 일들은 루틴으로 만들어버리면 된다. 

     

    작가의 말
    침대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 주변에서 한동안 논란이 일었던 '나의 침소' 에 대한 글을 써야 할 타이밍이 온 듯 합니다. 
    논란을 무릅쓰고 함 끄적여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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