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어푸어푸
    나의 글, 나의 노래/에세이를 써보자 2023. 9. 25. 10:21

    쉽지 않다. 세상 일 참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라 그런지, 매번 새로운 곳에 칼집이 나는 기분이다.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모를 공격들. 슬기롭게 넘기는 방법을 배웠어도 아직도 서투른 방어들. 나의 가드가 단단해질 때까지 맞고 상처입어야 한다는 것이 암울하다. 아픈 옆구리를 잡고 안 쉬어지는 숨을 쉬려 애쓴다. 맞은 곳은 찡하니 아프고, 건들 때마다 욱신한다. 비명을 지르면 고통이 줄어들까. 이 아픔은 언제 사그라들까. 이 욱신거림은 언제 익숙해질까. 

     

    나는 상황이 풀리지 않을 때면 두통이 세게 온다. 마치 손오공의 긴고아 마냥 관자놀이 둘레로 머리를 조여오는 두통. 혀 뿌리와 목젖 너머까지 당겨온다. 마치 비강과 목구멍 사이가 커다란 풍선으로 꽉 막힌 느낌이다. 심호흡으로 뚫어보려 애써본다. 기지개를 펴면 그 부위까지 힘이 들어가며 그동안 아무 소리도 안들린다. 그 후 몸이 이완되며 오는 쾌감을 좋아한다. 스트레칭을 그래서 꽤나 즐기는 편이다. 몸으로 오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방출하는 기분이다. 

     

    세상이 주는 고통은 버텨야 사라진다는 것이 참 서글프다. 머리 끝까지 오는 뇌내경련은 하루 하루를 백만년처럼 느끼게 한다. 이 고통을 나 스스로 온전히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 외로워 사무친다. 뛰쳐나가본다. 

     

    운동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오직 생존을 위해 몸이 대처하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은 떠올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떠올리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이 무거운 무게를, 이 차오르는 숨을 어떻게든 떨치기 위해서만 온 생각을 쏟아붓는다. 머릿속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그 순간을 느끼기 위해 운동을 한다. 

     

    운동시간은 기지개를 펴는 시간이다. 온 몸에 힘을 주고 세상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도록 온 몸을 비튼다. 그후 이완되며 몰려오는 노곤함이 오늘밤 나를 잠에 들게 한다. 잠은 안정제이다. 어떤 격한 감정이든 그 진폭을 가라앉힌다. 행복했던 날도 정신차리게 하고, 우울했던 날도 싹 내려가게 만든다. 운동은 잠이라는 안정제를 삼키기 위한 물 한컵과 같다. 

     

    나를 집어삼킬 파도가 오면 파도를 억지로 타지 않고 잠수하는 것이 나의 방법이다. 숨을 참고 물 속으로 내려가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머리 위로 파도가 덮치고 지나간다. 물속은 고요하다. 아니, 정신없이 시끄럽지만, 모든 것이 먹먹하게 들린다. 그 소리가 나에게 잠시 '기지개의 순간'을 준다. 그래서 내가 잠수를 좋아한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파도를 맞아버리는 날도 많다. 그렇게 허우적대며 숨을 붙들려 헤엄치다보면, 다음 오는 파도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느껴진다. 이것이 상처에 무뎌지는 과정이다. 이것이 오직 파도를 맞아보며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이 초심자의 두려움이다. 

     

    허우적대는 순간에는 상처에 무뎌지는 과정이고 뭐고 얼른 이 순간을 빠져나가고만 싶다. 정신을 차리기도 힘든 그 순간은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겠지, 하며 서핑보드를 꽉 잡고 버티는 수밖에.. 삶의 파도는 내가 타고 싶어서 타는 것이 아니다. 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서핑을 배우고 싶다. 그럼 세상의 풍파도 잘 타게 될까?  

     

    '나의 글, 나의 노래 > 에세이를 써보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유로운 영혼  (6) 2023.09.27
    생각 안하고 사는 삶  (0) 2023.09.26
    변장  (0) 2023.09.23
    사진은 비싼 취미이다  (0) 2023.09.22
    보존보단 연출  (2) 2023.09.21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