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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장나의 글, 나의 노래/에세이를 써보자 2023. 9. 23. 08:00
나는 다른 사람의 삶으로 살아보는 것을 즐긴다.
여러 직종, 여러 위치가 되어보며 그 위치가 어떤 사고회로를 갖게 하는지 경험한다. 다프의 관리자도 해보고, 다프의 객원도 해본다. 무대에 올라가보기도 하고, 객석에 올라가보기도 한다. 서울에 살아보기도 하고, 원주에 살아보기도 한다. 맛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요리를 해보기도 한다. 글을 읽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한다.
여러 상황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괜히 뒷문으로 들어가본다던지. 괜히 약속에 일찍 나선다던지. 괜히 관심없는 술자리에 나가본다던지. 괜히 프로젝트를 구상한다던지. 괜히 대회를 신청한다던지. 괜히 학점교류를 떠난다던지. 괜히 길 한가운데에 서있다던지. 괜히. 괜히.
이곳 저곳 많이 쏘다니기도 한다. 새로운 도시에 가서 이 골목 저 골목 열심히 돌아다녀 본다던지. 산 꼭대기에 가보거나 바다 가까이 내려가본다던지. 같은 길을 낮에도 가보고 밤에도 가본다던지. 때론 안전제일주의 성격을 딛고 출입금지를 넘어 가기도 한다. 내 발길이 이끄는 대로 가면서 주변에 보이는 것들을 관찰한다.
다른 상황, 다른 위치에 실제로 들어가보는 것과 그저 역지사지 해보는 것은 크게 다르다. 일단 상황에 들어가 있다는 것 자체로 평소 생각지 못한 부분들이 더 많이 보인다. 그들만의 답습, 노하우, 삶의 태도 등을 몸소 느낄 수 있다. 반면 역지사지는 이 모든 걸 생각 속에서 다 그려내야 하는 것이므로 한계가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시뮬레이션으론 새로운 물리법칙을 발견할 수 없는 법이다.
사진을 찍으며, 시각의 차이가 우리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각도에서 보면 빛이 별로인데 더 낮춰서 보면 몰입감이 드는 빛이었다던지. 빛을 사선으로 받으니 햇빛이 노란색이었다던지.
이러한 시선들을 다양하게 경험해보는 것이야말로 아량과 포용력을 넓히는 방법이다. ’저 사람의 위치와 이해관계, 시각에서는 저렇게 하겠구나‘가 금방 유추되고, 그것이 그 위치에서 받아들이기 그럴법하다 는 일종의 감정이입이 잘 된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전반적으로 헤아릴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뭐든 많이 경험해보라는 말이 있는가보다.
이런 의미를 굳이 찾지 않아도, 새로운 위치가 되어보는 것은 그 자체로 짜릿한 경험이다. 게임에서 내 캐릭터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은 기분이랄까. 여러 캐릭터를 수집하며 평상시에도 원하는 캐릭터를 꺼내어 쓰는 것이 재미있다.'나의 글, 나의 노래 > 에세이를 써보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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