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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몽
    나의 글, 나의 노래/에세이를 써보자 2023. 9. 18. 09:55

    어젯밤 악몽을 꿨다. 
    내가 속해있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다. 그런 상황이 혹시 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속에 잠들면 어김 없이 꿈에서 겪는다. 내 위치가 되어서 한번 꾸고, 꿈속에서 또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같은 꿈을 꾼다. 같은 결말이 올 것을 느끼면서 서로 다른 사고회로로 납득되는 것이 매우 고통스럽다. 그런 일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일어날 법하다 하는 사실을 납득하게 된다.
     
    꿈속에서 깨어나도 또 꿈인 경우도 많다. 꿈에서 깨고 싶어, 라고 생각하면 자연히 '꿈에서 깨도 또 꿈이면 어떡하지' 라고 걱정하게 되니깐. 나의 악몽들은 나쁜 예감들의 연속적인 실체화와 같다. 상상력이 풍부한 나의 뇌는 이렇게 또 나의 아킬레스건이다. 악몽도 너무 선명하고 자세하게 꾼다. 장면들은 머리에 남지 않아도, 자는동안 요동치던 감정선은 심박수에 남는다. 
     
    어제는 더한 악몽이었다. 
    정말로 꿈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눈을 떴지만, 현실이 더 괴로운 날. 괴로움에서 드디어 벗어났다 생각했지만, 이젠 벗어날 수 없는 고통에 들어왔다는 것. 현실세계는 가혹하다. 사실이 지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미 일어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현실이 힘들때면 잠을 내리 잔다. 깨고 싶지 않아서. 불가역의 사실들을 받아들이기 무서워서. 하지만 그럴때는 항상 악몽 뿐이다. 그럼에도 기꺼이 잠에 다시 들려고 애쓴다. 꿈속은 정신 없으니깐. 이상함을 인지하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운 곳이니깐. 그속에서 나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상황에 끌려다니니깐. 그래, 두 다리로 걸어야 하는 행군보단 사지 묶여 타는 롤러코스터가 덜 고통스럽지. 
     
    잠을 많이 자다 보면 더이상 길게 잠들지 못하게 된다. 그 지경에도 '단 20분이라도', '단 5분이라도' 더 꿈속에 들어가고 싶어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깨고 잠들고 하다 잠자는 시간보다 잠드는 시간이 더 길어지게 되면, 이제는 일어나 받아들일 시간이구나, 하고 몸을 일으켜세운다.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다. 피한다고 피할수도 없고, 지운다고 지워지지도 않는다. 그 불가항력적인 콘크리트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현실에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그건 바로 내가 그 다음 장면을 만들어간다는 것. 상황에 이끌려 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바삐 다른 생각을 하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을 지울 수 있다는 것. 꿈에서는 관전자에 불과하지만, 현실에서는 나 또한 장면을 만들어가는 주체적 엑스트라이다. 
     
    사실을 슬기롭게 받아들이자. 내 좋은 쪽으로 더 많이 생각하고, 잊을 만한 다른 기쁜 일을 만들자. 
     
    깰 수 없는 악몽, 열심히 아름답게 덮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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