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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시각적이지 않다!나의 글, 나의 노래/에세이를 써보자 2023. 9. 14. 08:00
미분방정식 수업을 들으며 (아니, 정확히는 듣지 않으며) 이게 뭔소린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정리를 이해하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이해해도 그 명제가 어떤 수학적 연결의미를 갖는지 캐치하기가 어렵다. 음... 진짜 지랄맞네.. 라는 생각 정도? 한다.
수학에서 수학적 원리를 뜨개질하듯 짜나가는 과정이 매우 취향에 맞지 않는다. 뜨개질 하듯이 차곡차곡 쌓이면 모를까. 마치 스트링 아트 하는 것 마냥 수학적 개념들을 잇고 이어 어렴풋이 보이는 구조를 만든다.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 연결들은 크게 의미있는 발견들이 아니다. 적어도 나에겐 "진짜 별걸 다 죽치고 앉아서 발견하고 좋아라 하네.." 라는 생각이 든다. 개념을 정의하는 핀들을 정갈하게 세워두고 그 핀들을 전제로 두고 그 사이를 무수히 이어가며 이 개념들의 핀들이 담고 있는 그림을 찾아내려 하는 것이 참으로 답답하다. 그래, 어느정도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는 기분이 좋겠지. 선 긋는 과정은 재미 있긴 하니?
심지어 시각적이지도 않다. 아래 정리를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가? 가능한 사람은 꼭 알려줘라. 거리 좀 두게. 여튼 이런 연결 고리는 어딘지도 모르겠고, 어떤 명제와 어떤 명제가 이어질법한지, 이어질 수 있는지, 반례는 없는지 감이 전혀 오지 않는다. 반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진짜 반례를 정말 극히 심각하게 매우 미친듯이 오지게 완전 싫어한다. 그걸 도대체 어떻게 떠올리는 것이며, 어떻게 그런 수학적인 기괴한 존재들을 조건에 맞게 그려낼 수 있는가. 그걸 또 용케 찾아 충분히 반증이 되는 접근 방법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놈들이 더 싫다. 아주 그냥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미친 놈들의 집단이다. 자신들이 그런 것을 떠올려낸 자신이 천재라고 자랑스럽게 으스대는 것 자체가 아주 꼴보기 싫다. 공감할 수가 없다.
그렇게 논리적 사고의 결과물인 것 치고 그 자체로 응용할 수 있는 쓸모는 많이 없다. 너무 이해타산적인 접근인가? 그래서 줄곧 중고등학생이 "미적분 배워서 어따 써먹어요" 하는 것이다. 물론, 공학과 같은 공부를 하려면 수학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래서 잇속을 위해서 배워야 하는 것은 맞겠지만, 수학 그 자체에서 "문제를 풀이하려 노력하는게 인생에 있어 도움이 많이 돼" 하는 어거지 무논리 의미를 붙이는 놈들은 아주 손가락 대신 연필을 심어줘야 한다. 그렇다면 수학의 진정한 의미는 수학익힘책에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가끔 "넌 물리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수학을 그렇게 싫어해(못해)?" 라고 묻는다. 물리와 수학이 비슷하다는 것은 크나큰 오산이다. 둘다 변태같긴 하지만, 변태에도 여러 종류의 변태가 있듯이 물리와 수학도 다른 부분에서 미쳐있다. 물리는 조금 더 기반 작업을 탄탄히 하려 하는 욕구가 강하다. 실생활에 접목시켜 사용하는 방법을 찾기 보다는 최대한 추상화해서 '말이 되는 세상'을 창조해내려 노력한다. 그 추상화된 세상에서 이러쿵저러쿵 해서 얻어낸 상상을 현실에서도 찾아내는 것, 그런 재미를 크게 느낀다. 마치 이런 것이다. 한국에 사는 사람이 한국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특징을 잘 관찰하고 정리한 후, 그걸 들고 이탈리아에 여행을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기후도 비슷하고 사는 습성도 비슷한 그 곳에 가서 "와, 이렇게 살고 있을거야 라고 상상만 했지 진짜일 줄이야!"하고 말이 되는 예측을 했을 때의 쾌감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수학자는 조각가적 특성이, 물리학자는 예언자적 특성이 강하다. 둘다 어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같지만, 이를 실체화하는 접근 과정이 사뭇 다르다. 수학자는 행여 많이 잘라낼까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확신의 망치질을 하지만, 물리는 일단 이럴거야, 하고 찔러본다. 그러고 논리를 맞춰가보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실험 결과를 보고 "이건 이래서 일어난 걸거야" 하고 때려맞추기식 예언을 던진다.
사실, 물리도 그 때려맞추기 예언들이 진짜 통계를 맹신한 아전인수식 논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수학보단 봐줄만하다. 꽤 설명들이 근사하거든. 그리고, 그런 상상을 하고 머릿속에 그림을 둥둥 띄워 그려보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기분이랄까?
요즘엔 조각가도 아니고, 예언자도 아니고, 창조주가 되어보려고 한다. 머릿속에 상상하는 것들을 "코드"라는 말을 통해 그린다. 경민 가라사대 "X가 있으라" 하였더니 변수가 메모리에 올라왔다. 경민 가라사대 "해는 무한반복 뜨거라" 하였더니 while(true) { 동에서 떠서 서로 진다} 하였더라. 크으, 이것이 조물주지.
하여간 이번 학기 수학은 정말 망햇다! 강의 고작 3번 들었는 벌써 이게 뭔소린가 하고 있다.. 수학자들은 좀 수학을 가다듬어 받아들이기 쉽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놈의 반례와 필요충분 조건, 정의 운운하고 융통성 없게 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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