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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하기 편한 업무 방식 설계
    나의 글, 나의 노래/에세이를 써보자 2023. 9. 6. 10:00

    GLPS를 하면서 업무 면에서 가장 크게 배웠던 것은 바로 규창 형님의 일처리 방식이다. 임규창 선배의 일머리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는 2자습 감독을 끝내고 어학실 노트북 반납 업무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남학생 어학실 유리창에 핫핑크 포스트잇이 막 붙어있는 것이 보였다. 이게 뭔가, 하고 궁금해 옆에서 지켜보았다. 포스트잇에는 빌려간 사람 이름이 적혀있었다. 아이들이 노트북을 반납하면 해당 보관함 문에 붙여놓았던 포스트잇을 떼서 유리창에 갖다 붙이는 것이었다.

     

    남학생 노트북 대여 과정은 이랬다. 빌려갈 때 학생이 호실과 이름을 말한다. 그럼 담당자는 유리창에서 그 정보가 적힌 포스트잇을 찾고, 해당 호실 보관함에서 노트북을 꺼내며 포스트잇은 그 문에다가 붙여놓는다. 학생이 노트북을 반납하러 오면 그 노트북을 다시 보관함에 넣으며 포스트잇을 다시 유리창으로 되돌려 붙여놓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현재 반납되지 않은 노트북이 있는지 보관함만 스윽 보면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비교하긴 조금 그렇지만, 여학생 반납과정은 조금 달랐다. 여학생은 호실과 이름을 말하면 반납 대장에 적는다. 그리고 호실 보관함에서 노트북을 꺼내준다. 학생이 노트북을 반납하러 오면 대장에서 이름을 찾아 취소표를 그으며 확인한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남학생 반납 대기줄이 훨씬 빨리 줄어들었다. 이름 석자와 호실번호를 타자 칠 필요도 없고, 이름을 목록에서 찾기도 매우 편하다. 반납 대장을 매일 출력할 필요도, 준비물을 쓸 필요도 없다. 반납이 되지 않은 노트북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훨씬 빨랐다. 일 하는 단계도 직관적이어서 브레인 파워를 더 적게 쓰게 되었다. 

       

    이 방법은 규창 선배의 아이디어였다. 규창선배의 일처리 방식은 크게 두가지 포인트에서 탁월하다. 첫번째는 업무의 목적과 필요한 절차를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점이다. 노트북 업무의 목적은 (1) 누가 자신 노트북을 빌려갔고 (2) 누가 반납을 하지 않았는지 파악하는 데 있다. 따라서, 노트북 업무에서 필요한 절차는 (1) 빌려간 사람이 누군지 기록하고 (2) 노트북을 내어주고 (3) 반납된 노트북을 다시 보관함에 넣어두고 (4) 반납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여학생 노트북 대여 방법도 이 모든 것을 잘 지켰으나, 각각의 절차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에 대한 방법이 달랐다. 그 부분이 바로 두번째 포인트이다.

     

    두번째 포인트는 각 절차를 휴먼 에러 없이 직관적으로 이행할 방법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절차를 이행하는 데에 담당자의 노력이 많이 개입되어야 하는 방법은 담당자가 피곤해진다; 즉 일이 고되다. 따라서, 일을 편리하게 만드려면 절차를 간소화하고, 각 절차를 이행하는 데에도 브레인 파워가 적게 들어가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위 네 절차 중 트래킹이 필요한 부분은 (1)과 (4) 즉 명단 확인하기이다. 기록과 검색은 꼼꼼함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담당자가 집중이 필요하다. 어느게 빠졌는지, 어느 것을 놓치진 않았는지 검토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규창 형님은 여기서 데이터의 시각화를 아날로그를 통해 구현했다. 적절한 크기에 눈에 잘 띄는 색의 포스트잇에 학생들 호실정보와 이름을 분산 시각화했다. 포스트잇이라는 매체를 사용함으로써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었고, 따라서 데이터의 분류 (반납한 것과 아직 빌려간 것)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다. 포스트잇이 유실되지 않는 한 데이터를 놓칠 일도 없다. 

     

    나머지 (2),(3) 즉 맞는 위치에 노트북을 넣고 빼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실 이것도 많이 직관적이게 고안된 방법이다. 보관함을 호실별로 분리하지 않고 한 무더기로 쌓아놨다고 생각해보자. 무더기에서 노트북 찾고, 위에 쌓인 노트북들 들어 옮기고.. 상상만해도 머리가 지끈하다.

     

    프런트엔드 개발자로서 시스템에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할 때가 많다. 때론 디지털 서비스의 개입이 최소한으로 이뤄지는 것이 해결하려 하는 문제를 잘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개발자로서 품은 줄이고, 시스템에 유연하게 접합되는 서비스를 만드려면 think out of the box 할 필요가 있다.  

     

    일을 내 머릿속에서 꺼내야 한다. 일의 진행에 빈틈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 각 매체의 특성, 특히 아날로그 매체의 힘을 잘 사용해야 한다. 

     


    업무 처리 방식에서 규창 형님에게 배운 것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바로 협업자와 소통하는 방법과 자세. 

     

    다음 이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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