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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기행나의 글, 나의 노래/에세이를 써보자 2023. 9. 5. 08:00
서울에는 내가 머물 곳이 없다. 객의 시선으로 본 서울은 딱 그런 느낌이다.
서울은 내가 내가 어딘가 앉으려면 커피라도 사먹어야 하고, 그것도 한 시간에 한잔 정도 사먹는 것이 예의란다. 서울에서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을 곳이 없다. 짐을 잠시 내려놓을 곳도 없다. 나는 내 생존가방을 낑낑 메고 어디 한 곳 편히 앉아있지 못한 채 이곳에서 저곳으로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이것은 비단 서울만의 특징이 아닌, 연고 없는 타지의 특징일 것이다. 서울에서는 그게 두드러지게 느껴진다. 땅값이 비싸 공터가 잘 없기 때문이지. 도쿄 여행을 할 때에는 공원에 앉아 있는 것이 그렇게 평화로웠는데.
난 그래서 서점을 자주 간다. 심심풀이로 책을 진짜 읽기도 하지만, 서점엔 바닥에 철푸덕 앉아 있어도 책만 쥐고 있으면 뭐라 안하기 때문이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돈을 많이 벌어서 도서관을 짓고 싶다. 하나의 거대한 도서관이 아닌, 편의점같이 자그맣게 골목골목 퍼져있는. 사람들이 그곳에 와서 그 어떤 대가 없이 머물다가 가고, 집에 책 놓을 공간이 없으면 맡기고 가기도 하고, 자신들이 쓴 글들을 묶어내 책장 사이에 슬쩍 넣어놓을 수 있는. 책들이 돌고 돌아 오늘은 무슨 책이 들어왔나 호기심에도 가보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내가 느끼는 서울의 흡인력은 다양한 도시풍경과 뛰어난 연결성에 있다. 서울을 돌아다니다 보면, 엇비슷한 사람 사는 동네라도 그 안의 컨텐츠가 다양함을 느낀다. 놀거리, 볼거리, 살거리, 할거리 등이 각자 특색을 만들어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그 경쟁의 산물로 그 공간의 특징이 생긴다. 성수, 신촌, 대치, 안암, 압구정, 여의도, 연희, 익선, 등등 그 곳만의 느낌이 모두 다르다.
이것들이 모두 빛을 발하지만, 이 모든 곳들이 넉잡아 한시간이면 갈 수 있다는 것이 크게 작용한다. 금방 따분하면 다른 동네로 한 두 정거장 가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 펼쳐지니 말이다. 비수도권의 많은 관광도시가 서울과 차이나는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볼거리가 짧은 거리 안에 집약되어 있어 사람이 쉽게 따분해지지 않는 것이다.
서울은 우리의 니즈를 적절히 충족시켜주는 곳이다. 일자리가 있어 생계를 꾸릴 수 있고, 교육이 있어 자녀를 돌볼 수 있고, 즐길 거리가 있어 삶을 윤택하게 살 수 있다. 즐길 거리들이 이곳에 살고 싶게 만들고, 일자리와 교육이 이곳에 살 수 있게 해준다.
나는 항상 제2의 서울을 만드는 것을 꿈꾼다. 사람들이 굳이 서울애 가지 않아도 내 주변에서 서울에 준하는 것들을 누릴 수 있는 그런 도시. 그러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 도시를 설계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젊은이들의 대이동이 필요하다. 노아의 방주에 동물을 한쌍씩 모두 태웠듯이, 도시가 굴러가게 하기 위한 사람들을 모두 모아 데려가야한다. 내 드림 도시의 제1 필요조건은 ‘자급자족’이다. 컴퓨터 기술자부터 옷 디자이너, 식당 주인, 전기 아저씨, 배관공, 등등의 모든 생활 유지 서비스들과 더불어 유흥거리도 있어야 한다. 음악 밴드, 미술가, 유리 공예가, 식집사 등 사람들이 따분해하지 않고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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