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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종교 이야기 (下)
    나의 글, 나의 노래/에세이를 써보자 2023. 9. 2. 08:00

    (중편에서 이어집니다)

    나는 종교를 도구로서 받아들였다. 힘들 때 기도드리고, 불안할 때 기도드리고, 행복할때 감사드릴 존재를 마음속에 품고 사는 것이 굉장한 힘이 된다. 종교를 가지는 이유를 어른이 되어가며 담담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세상이 성질궂게 굴 때 곁을 지켜주는 친구와 같은 편안함을 준다.

    기도라는 행위가 그런면에서 되게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말하자면 독백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를 듣는 존재를 설정해두고 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 기도시간인 것 같다.

    이제 기도를 드리지는 않지만 가끔씩 하나님이 살짝 운으로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가끔 들긴 한다. 아니, 난 요즘 주로 원망할 상대를 찾기 싫어 하나님을 원망하곤 한다. 이젠 그것도 별로 안한다.

    기도 이외에는, 성경 말씀들이 또 얻을 만한 점이다. 돌아온 아들의 비유, 포도의 비유 등 탈무드에서 얻을 법한 교훈과 비유가 조금씩 있다. 이제 기억나는 건 별로 없지만, 가끔씩 그런 비유가 떠오르는 걸 보면 내 사고 회로에 꽤 뿌리깊게 들어있는 듯 하다.

    또 성경을 읽다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 같은것도 참고하게 된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남의 것을 탐내면 안된다, 너그러워야 한다 등의 온화한 가치들을 더 지향하게 된다. 나도 동의하는 점들이 많은 부분이다.

    꼭 교훈적이 아니더라도, 성경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내게 되게 재밌는 소설읽기로 느껴졌다. 하나님의 기적을 명목으로 개연성을 억지로 이어붙인 이야기들도 많고, 그래서 더 재밌는 부분이 많다. 하늘에서 불이 떨어진다느니, 도끼가 물에 뜬다느니, 나팔을 불었더니 성벽이 무너졌다느니 하는 신기한 이야기도 많다. 그래서 심심풀이로 종교시간에 들었던 것 같다.



    하나님은 요즘 내게 조력자도, 상담자도 아니다. 어디 있긴 한가 하고 아주 가끔씩 떠오르는 전학간 친구 같은 느낌이다. 언젠가 마음이 편치 않을때면 가까이 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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