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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지?나의 글, 나의 노래/에세이를 써보자 2023. 9. 3. 08:00
이젠 커피를 스스로 내려 먹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언제부터 커피가 내 인생에 자리 잡게 되었는지 지나온 시간들을 되짚어보자.
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커피는 원래 잘 안먹었다. 맛도 쓰기도 하고, 마셔도 별 각성 효과가 나지 않았으니 내게 아무 의미 없는 고통의 음료였다. 밤 늦게 깨어 있어야 하는 시험 기간에도 커피를 찾아 마시진 않았다.
내게 커피의 시작은 스무 살때부터였다. 커피를 시켜 먹지 않는 나는 카페에 갈 때면 매번 에이드나 녹차 라떼를 시켜 먹었는데, 항상 눈에 들어오는 게 “에스프레소”였다. 쟤는 뭐길래 조금 주지? 쟤는 뭐길래 그런데도 가격 차이가 거의 안나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베일에 싸인 음료를 호기심을 못참고 시켜 먹은 날은 한없이 후회했을거다. 아메리카노도 써서 안먹는 애한테 에스프레소는 독약이지 뭐.
근데 에스프레소는 각성효과를 냈다. 아침에 정신이 확 들고 알차게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써서 매번 도전하진 못하지만, 가끔씩 용기내 시켜 먹어보며 맛을 배우게 되었다.
나는 커피를 에스프레소로 배웠다. 기호식품보다는 각성제로 배웠다. 어디가서 에스프레소를 시키면 “짠돌이다, 홍대병이다” 하는데, 난 오래 고통을 질질 끌어 묽게 마시는 아메리카노보다는 한번에 털어넘기는 에스프레소가 덜 고통스러운 것 같다.
요즘 내가 마시는 드립커피를 마시고 나서부터는 에스프레소를 마시지 못한다. 너무 강렬해 그 맛을 음미하는 시간이 고통스럽다. 아이러니하지, 좋아하게 된 이유가 싫어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그럼에도 아메리카노는 절대 안먹는다. 비교하자면 드립커피는 단맛과 향이 가볍게 희석된 것 같아 좋고, 아메리카노는 쓴맛만 묽게 탄 것 같아 싫다.
물론, 아메리카노도 맛있는 곳에서 내리면 정말 맛있다. 아메리카노는 기본적으로 에스프레소를 물에 탄 것인데, 맛있는 아메리카노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에스프레소를 잘 내려야 한다. 그런데 에스프레소를 잘 내리려면 엄청난 노하우가 필요하다. 생두 선정부터 로스팅, 원두 보관, 에스프레소 머신 청소, 원두 분쇄도, 탬핑...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적절히 타협할 바리스타의 눈이 필요하다. 커피생활 3년차인 나도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를 완성한 적이 없다.
이것이 내가 커피를 요즘 커피숍에서 마시지 않는 이유이다.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사람들이 그런 노하우가 있겠거니와, 설사 있다 하더라도 그 바리스타가 위의 모든 것에 관여하고 통제해야 하는데, 일개 직원이 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냥 적당히 쓰게 만들어서 내어주기만 하면 월급은 나오는데.
테라로사 같은 전문 커피숍에 가서 먹어보면 정말 맛이 더 산뜻하고 쓴맛은 덜하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엄청난 품이 들기 때문에 그만큼 커피값이 비싼 것이다. 난 그래서 테라로사 커피를 만원 주고 사먹어도 싸다고 생각하고, 편의점 커피는 천원 주고 사먹어도 비싸다고 생각한다.
드립커피는 군대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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