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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종교에 대하여(中)나의 글, 나의 노래/에세이를 써보자 2023. 9. 1. 08:55
(상편에서 이어집니다)
우리 학교는 또 성경 말씀을 잘 따르겠다고 고기도 먹지 않는다. 정확히는 "굽이 갈라진" 동물, 즉 소고기만 먹는다. 급식에선 고기가 애초에 나오지 않고 대체육인 콩고기만 나온다. 동창회나 선생님과 식사할 때도 단골 메뉴가 닭갈비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고기 없는 식판으로 살아왔던 나에게 민사고 급식은 신세계였다. 그러니 살이 엄청나게 찐 거겠지.
수산물도 조개, 새우같은 단단한 껍질이 있는 애들은 먹지 않는댄다. 심지어 어떤 경우도 있었냐면은, 멸치 볶음에 이따금씩 섞여있는 꼴뚜기를 골라먹는 교인 친구도 봤다. 이 모든 내용이 성경에 명시되어 있는것도 신기하고, 그걸 해석해서 열심히 따르는 것도 신기하다.
이렇게 식단을 하면 엄청 영양소 불균형이 올 것 같지만, 의외로 교인들은 다 건강한 편에 속한다. 어릴 땐 그게 되게 신기했다. 우리 집 앞 초등학교에는 살이 포동포동한 친구들이 들락거리는데, 왜 우리 학교는 한명도 없지? 종교의 힘인가 ㄷㄷ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살이 찌지 않는건 그냥 다들 밥이 맛이 없어 소식하는 습관이 들여져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종교에 많이 노출된 것 치고 종교를 깊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깊게 경험해서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걸까.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아, 나도 저런 삶을 살고 싶다' 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종교활동들을 일부러 찾아서 하는 것이, 그리고 그 모든 행위들이 오직 믿음 하나만으로 열의를 얻게 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아마 내가 힘들 때 종교가 찾아왔다면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렇게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큰 것이 미션스쿨의 힘이 크다고 판단한다. 우리 교인들은 유순하고 서로 축복을 기원하고 평화주의적인 사람이 많다. 다시 말해, 성질이 급하고 화를 버럭 내는 사람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런 환경에서 그런 어른들을 보며 자라난 것이 정서적 성장환경으로 되게 안락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는 학교폭력도 없었다. 애들이 다 착해서, 학교에서 질 나쁘다 하는 애들은 그저 '밖에서 뛰놀기 좋아하는 애들' 정도였다. 그래서 뉴스에 매일 나오는 학교폭력 사례들이 되게 믿기지 않았었다. 우리 나이대 애들이 서로 저런 행동을 할 수가 있다고? 그렇게까지 서로를 싫어하고 괴롭힌다고? 믿기지 않는 것을 넘어서 이 세상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이 들렸다. 몰라, 내가 범생이에 놀줄 모르는 애라 우리 학교에도 내가 모르는 어두운 집단이 있었을 수도.
어릴 때 그래서 나는 '내가 자식을 낳으면 종교학교에 보낼거야' 라고 많이 생각했다. 그만큼 정서적 수혜를 많이 받았고, 나름 교육도 탄탄했으니깐. 그래서 난 가끔씩 엄마에게도 물었다. '엄마, 엄마는 왜 자신이 종교가 없는데도 아들을 미션스쿨에 보냈어?' 엄마는 항상 같은 대답이시다. '가장 첫 이유는 교육이 좋았으니깐. 그리고, (이 뒷문장이 중요하다) 너네가 종교교육을 많이 받아와도 집에서 종교가 없는 사람을 계속 보니깐 스스로 잘 판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종교를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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