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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지 않은 것은나의 글, 나의 노래/감자 글 2023. 3. 9. 16:15
최근 글을 또 올리지 않았다. 글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만 그 글들을 이 블로그에 올리지 않고 있다.
원래는 일본에서 생각했던 것들을 글로 찬찬히 올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올리는 것보다 책으로 엮어 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여행간 친구와 책을 써내기로 결의를 다지고 글을 이것저것 구상을 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대학생인지라 개강에 발목이 잡혀 그 열정을 놓쳐버렸다. 간간히 써보려고 하는데, 각잡고 앉는 것 자체가 쉽지가 않다.
최근에는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었다. 내가 지금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 매주 적어가는 목적에서 구상한 것인데, 이 또한 답보상태이다. 내가 이걸 돈주고 팔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이다. 소비자 입장이 되어 '이걸 돈 받고 읽고 있니 내가?' 라는 질문이 들까봐 너무 겁난다. 애초에 자기 삶도 아닌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을 사람은 없긴 하지. 내가 흥미롭게 쓸 글이 아니라 독자가 흥미롭게 읽을 글을 써야 하는건가? 좋게 읽히는 글이 나에게도 유익한 글인가? 글을 억지로 억지로 적어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인가? 그래서 조금 더 고민해보고 조금 더 써보고 이를 공개할지 말지 결정할 생각이다.
포스텍에 와서 문학 수업을 듣고 있는데, 덕분에 글을 계속 잡긴 한다. 매주 화목 있는 수업인데, 매번 하나의 단편소설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한다. 소화해야 할 글도 많고 써내야 할 글도 많은 수업이다. 글쓰기 기초체력 기르기로 제격인 듯 하다. 지금도 독후감 하나를 써야하는데, 잠시 쉬겠다고 딴 글을 적고 있는 중이다.
사실 요즘 나에 대한 글을 제대로 적지 못하고 있다. 무엇으로 꽉 차있길래 머리가 정리되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그냥 머리가 꽉 차있는 기분이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살고 있지?
여러모로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반대로 말해서, 배우는 게 정말 많은 요즘이다. 글에 대하여, 책에 대하여, 말에 대하여. 인생에 대하여, 살아감에 대하여, 사람에 대하여. 컴퓨터에 대하여, 음악에 대하여, 그림에 대하여. 그리고 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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