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이방인이 된다는 것
    나의 글, 나의 노래/감자 글 2023. 5. 3. 03:14

    헤메고 있다. 괜히 포스텍에 오기로 한건지 싶다. 여기서 내가 겪어가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내가 무언가를 얻으러 왔던가? 그렇게 갈망하는 것도 없으면서 아무것도 얻지 않음에 왜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가?

    이번년도 들어 철저히 이방인의 삶을 살고 있다. 서울에 놀러가서도, 고등학교에 가서도, 일본에 가서도, 포항에 가서도. 여기저기 정처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방인이 된다는 것은 정말 외로운 일이다. 홀로 됨이 나를 힘들게 한다. 말할 이가 없다는 것이 나를 외롭게 한다. 모든 것을 혼자 해야함이 나를 부담느끼게 한다.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 한다. 내가 돌아갈 곳이 임시적이란 생각도 나를 힘들게 한다.

    지독한 하루를 버티고 "아유, 오늘도 힘들었어" 하고 이야기 한번 나눌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아픔을 나눌 사람은 결국 서로에게 힘듦을 덜어서 "주는" 것. 나의 사람들에게 아픔을 나누고 싶지 않다. 나를 위해 기꺼이 그 일을 해줄 사람을 찾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일이다. 나만 보면 슬픔을 받아줘야 하니, 그 사람도 언젠간 한계에 바칠테고. 그렇게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내 고통을 어디에서든 회포를 풀고 싶지만, 이제 그럴만 한 곳이 없다. 내 감정 거울이 되어주었던 이 블로그도 언제부턴가 나를 재단해 올리는 곳이 되었다. 아름답지 않은 모습은 담고 싶지 않아졌다. 모났지만 멋있는 젊은 모습들만 글로 담고 싶어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만의 노트를 찾는다. 하지만 그 노트도 글을 담아본지 오래다.

    나만의 이야기를 쓰려고 해도

    이 곳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렵다. 기껏해야 두달 밖에 못본다는 마음이 내민 팔을 잡아 내린다. 평생토록 영원할 것이 나에게 없다는 사실이 나를 끊임없는 불안에 떨게 한다. 아무것도 쥐지 않게 한다. 어느것도 덧없게 느끼게 한다. 의미를 붙이려면 수도 없이 붙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전부 떼어 버린다.

    내 삶에 대한 시야가 좁아진 것이 느껴진다.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아무리 해도 답이 나오지 않다보니 이젠 근시안적으로 살게 되었다. 이번 학기를 잘 보내면 되지, 이번 달을 잘 보내면 되지, 이번 주를, 오늘을. 이젠 그 오늘마저 계획하지 않고 산다. 삶이 나에게 흘러오지 않도록 모든 것을 미룬다. 수문 뒤에 할 일, 할 경험, 학교 수업이 쌓여 저수지가 되어감에도. 언젠가는 이 모든 것들을 흘려 보내야 할텐데, 쌓이면 쌓일 수록 그 물살이 셀 것을 알기에 더욱 굳게 닫는다.

    무섭다.

    용기내어 열고 싶은 충동이 오는 날에 한번 열었다가, 이미 밀려온 일들에 제 풀에 꺾여 다시 닫는다. 이번 학기는 그냥 나쁘게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련다. 이번 학기가 나에게 어떤 실금이 되어 나를 무너지게 할지 벌써부터 두렵다.

    As I walk through the valley of shadow of death I take a look of my life and realize there's nothing left - Gangsta's paradise


    홀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홀로 서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 누구도 정해주지 않는 내 길을, 그 누구도 보여주지 않는 내 행동의 결과를, 걱정하고 질겁한다. 손이 떨린다.

    슬픔이 찾아올 때면 나의 저 밑바닥까지 미워하게 된다. 이래가지고는 길바닥에 내앉게 될 거라고. 결국 너는 굶어죽을 거라고. 이 세상에 너는 배역이 없다고. 그것이 너의 본성이 낳은 운명이라고.

    나는 부지런할때는 부지런하다. 하지만 한번 게을러지면 그 게으름의 한계는 내가 새로이 써나간다. 오늘도 기록을 경신했다.

    이 모든게 마음가짐만 다잡으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를 더 미워하게 된다. 나약한 놈이라고. 마음만 다시 먹으면 되는데 왜 겁먹고 그러고 있냐고.

    말초적인 쾌락만을 찾는다. 유튜브 보고, 잠자고, 먹고 싶은거 먹고, 또 자고. 내가 술을 잘 마셨다면 이미 술을 달고 살았을 것이다. 과제는 생각도 하기 싫고, 학교는 죽어도 가기 싫고, 일어서긴 더더욱이 싫다. 그냥 세상이 나를 위해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그럴리 없음이 애석하기 그지없지만.

    글은 나에게 구토와 같다. 슬픔을 게워낸 그것. 그 마저도 아름다웠으면 좋겠는 욕심이 토가 쏠려도 입을 꾹 틀어막게 한다.

    내 글들은 뒤돌아 읽어보기 싫은 글이다. 그 때의 슬픔을 이제는 느끼고 있지 않기도 하고, 괜히 슬픔을 되살리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글은 쌓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록하는 그 자체의 의미로라도 글을 놓지 않으려 한다. 순간의 생각을 눌러 적으며 내 스스로도 다짐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