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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드의 인간관계론
    나의 글, 나의 노래/감자 글 2023. 1. 30. 00:33

    나는 가끔 단단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 
    중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가치관이 정립된 사람이라고.
    왜 그래보일까? 언제부터 그랬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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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은 여러가지 페르소나를 가진다고 한다. E 사이에선 I 가 되지만, I 사이에선 E 가 된다던지. A 에겐 한없이 잘해주지만, B 는 매섭게 복수한다던지. 사람의 성격이 상황마다, 사람마다 바뀌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같은 상황이라도 상대방이 내뱉는 말이 다르고, 보여주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그에 맞추어 내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상대방은 나를 반영한 페르소나를 보여주고, 나는 상대방을 반영한 페르소나를 보여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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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때 나는 나의 이런 무수한 페르소나에 어지러움을 느꼈다. 내가 이 사람에게 어떤 종류의 페르소나를 썼던가? 무뚝뚝하게 대했던가, 친절하게 대했던가? 이 사람에게 어떻게 반응을 해줘야 좋아하던가? 이 사람에게 나의 어디까지 숨겼던가? 이 사람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던가? 이런 질문들을 계속 떠올리며 사람을 만나다보니, 상대방에게 나를 맞추느라 진이 빠진다. 그러면서 나만의 모습이 점차 형체를 잃어가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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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는 사람마다 나의 모습이 바뀌니 내가 누군지 나도 모르게 되었다. 나는 이 많은 가면들을 왜 열심히 바꿔끼며 살고 있는가? 가면 뒤에 내 본 얼굴을 가지고 있긴 한가? 사람들이 나를 만든건가, 하는 생각들. 미술시간에 열심히 만든 내 작품이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본모습을 잃은 기분. 직접 내가 공들여 만들긴 했는데, 결국 내 아이디어는 훈수들에 묻힌 느낌. 이 허탈함. 박탈감. 공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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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누군지 찾고 싶었다. 가장 주된 이유는 내 수많은 페르소나에 어떤 일관성이 좀 있고 그 갯수가 작아야 내가 하나하나 잘 관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페르소나가 두손 두발로도 못세게 되니 어떤 페르소나가 있었는지도 까먹고, 잘 정립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 댓개 정도로 정리하고, 이들도 일관된 규칙으로 분류하고 적절한 판단에 의거해 꺼내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랍 여기저기 흩어진 열쇠들을 하나의 꾸러미로 묶는 듯한 작업을 기획했다. 뒤돌아보면 그 꾸러미를 이어묶는 열쇠고리를 구하는 것이 나만의 가치관을 세우는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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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내가 가진 페르소나들을 정리해보았다. 내 가까운 친구에겐 어떻게 대하는지, 내 부모님에게는, 내 선생님들에게는, 첨 보는 아저씨에게는 또 어떻게 대하는지. 이와 동시에, 각 사람들이 나와 어느 정도로 가까운지를 정리했다. 이 정리하는 과정에서 내가 무의식적으로 그려왔던 내 인간관계 계층 (personal boundaries)을 알게 되었다. 나는 간담상조하는 사람이 둘셋 있고(3단), 적당히 호감인 사람(2단)이 좀 있고, 데면데면한 사람(1단)이 있고, 완전히 배척한 사람(0단)이 있다. 이런 네 단계로 나눠 살고 있더라. 여담으로, 감자친구는 2.5단? 정도 된다! 그말은 즉슨, 2단인 사람도 있고, 3단인 사람도 있다는 거지~ 당신이 둘 중 어딘지는 이우드만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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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은 인간관계 계층 간 관문, 혹은 재배열 콜백함수를 정의했다. 쉽게 말하면, 첨보는 사람이 1단부터 시작하여 어떤 계기로 2단으로 들어고고 3단으로 들어오게 되는지, 2단이었던 사람이 어떤 사건으로 0단으로 유배되는지 같은 판단 상황 및 근거를 정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가치들을 찾게 되었다. 나는 배려심 깊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줄 알며, 나를 존중하고 이해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생각 없이 살고 자신의 말이 얼마나 칼날이 서있는지 신경쓰지 않고 휘두르는 사람을 배척한다. 말에 깊이가 있고 자신만의 서사가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배움에 자세를 낮추지 않는 사람을 배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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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섬과 섬을 잇는 다리는 정말 많다. 때로는 두가지 이상 다리를 동시에 만족해야 넘어올 수 있는 경우도 있고. 3단에서 0단으로 가는 직행 항공편도 있다. 좋다고 판단한 사람을 쉽게 잃지 않고, 나쁜 사람을 섣불리 좋게 판단하지 않게 나만의 다리 설계를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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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각 인간관계 계층마다 쓸 페르소나를 정의했다. 이 부분은 나만의 생존법이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 아주 조금만 소개하자면, 1단 페르소나는 키워드가 '친절', 2단은 '거울', 3단은 '존중'이다. 0단은 '무관심'이다. 가끔씩 변칙으로 다른 단계의 페르소나를 쓰기도 하니, 이것만 읽고 자신이 어떤 계층에 있는지 섣불리 판단하지는 말길! 이 페르소나를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각 계층의 사람에게 내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를 정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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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런 인간관계 관리방식은 세포의 생명주기를 떠올리게 한다. 언제 DNA 복제하고, 언제 갈라지고 하는 그 시기와 각 단계 사이의 판단 게이트웨이들. 이런 것들을 세우기 이전에 생명주기를 배웠으니, 이를 무의식적으로 벤치마킹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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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글로 정리해보니 나도 속이 후련하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구나. 내 방법이 옳은 방법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이렇게 고뇌하고 정리하니 나 스스로 인간관계가 간결해지고 편해진 것 같다. 나의 필요에 의해 이 과정을 겪었다는 말이 되게 이상하게 다가오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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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때 난 사람을 판단하고 분석해 대하는 것이 정말 cold-blooded 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를 자신의 판단에 의거하여 바라보는 것은 반대로 나를 지키려는 당연한 행동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런 판단들은 좋은 사람을 알아보고 나쁜 사람을 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무대 뒤 스태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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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편.
    이번 GLPS를 겪으면서 또 하나의 인간관계 계층을 정립할 필요를 느꼈다. 미지의 신대륙이다. 이번 GLPS 동안의 탐험기를 다음편에서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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