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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글, 나의 노래/감자 글 2022. 6. 25. 08:14

    "이번 여행 어땠어?"
    " ... 재밌었어."
    "다음 번에 여기 또 오자. 여기 괜찮았지? 사람도 없고."
    "... 그래. 좋은 것 같다. 다음번에 또 오자."
    .
    서윤이 뭔가 말하려다가 말을 접는다. 서윤이 민준에게 고개를 돌리고 질끈 감은 눈을 뜨며 다시 말한다.
    .
    "다음 주는 어디 갈까? 부산? 아님 벚꽃구경이나 갈까?"
    "... 글쎄. 잘 모르겠다."
    .
    또다시 숨소리 없는 정적이 흐른다. 서윤은 화를 삭이는듯 창문으로 고개를 돌리고 찡그린다. 입술 굳게 다문다.
    .
    "왜 맨날 그딴식이야?" 서윤이 나지막히 묻는다.
    "..뭐가?" 민준은 앞만 보고 운전한다.
    "항상 '글쎄' 거리고. 왜 그렇게 항상 비협조적이야?"
    .
    "..."
    .
    "어디 가려고 하면 나만 이렇게 계획 다 짜고 나만 이렇게 고생하는거야? 왜 항상 이렇게 뜨뜨미지근해?"
    "..."
    "내 말을 듣고는 있는거야?"
    민준은 듣고 있다. 민준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는다.
    .
    "이젠 들은 체도 안하지. 너가 그렇게 나올 때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오른다고. 내가 짜온 계획에 '그거 좋네, 그렇게 하자'며 숟가락만 얹으면서. 그럴꺼면 너가 계획 짜고 너가 다 찾아보던지!"
    .
    "너가 내 의견을 한번이라도 들어준 적이 있어?" 듣다 못한 민준이 바로 쏘아붙인다.
    "내가 꽃가루 날리는 거 싫어한다고 한번도 생각 안해봤어? 그렇게 오만상 찌푸리고 가는데? 그렇다고 내가 좋은 걸 하자고 의견 제시를 하면 단 한번도 들어주지 않고. 그럼 난 어쩌자는 거야, 그냥 끌려다니며 너 비위맞추기만 하는거지. 안 즐거워 하는 것도 그래. 너가 그렇게 열심히 계획을 짜왔는데, '에이, 별로였어' 하면 너가 또 열불 내고 일주일동안 투덜투덜 댈 것이 뻔한데, 싫은데 좋았다고 억지 반응하는 내 심정은 생각해봤어? 이게 즐거울 거 같아?"
    .
    "허, 참 어이가 없네. 화난건 난데 왜 너가 더 성질내? 그깟 반응도 하기 힘들다고 이러는 거야? 빈말 다 티나게 반응하는거 계속 참아왔는데. 그렇게 반응할거면 아예 하지를 마! 싫다고 그냥 해!"
    .
    "그렇게 참고 반응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몇번이고 넌 너 마음대로 하고. 내 말 듣는 척하면서 날 설득하려 하고. 내가 맘에 들었기를 강요하고. 해결도 안될 문제 계속 스트레스만 쌓이고. 난 그냥 체념한거야, 뭘 하던 너 마음대로 할 거니 알아서 하라고."
    .
    "참나, 그럼 그동안 내가 화 꾹꾹 참아가며 계획 세웠던 것들이 다 아무 의미 없었던거네. 다 내 마음대로 한거고. 난 나만 생각한거고. 왜 항상 나만 이기적인 놈이 되는 거야?"
    .
    "...몰라."
    "... 하 참."
    .
    서윤이 말을 잇지 않는다.
    ...
    눈좀 붙여.
    지금 자게 생겼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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