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6 02:04
내 나이 스무살. 이제 머지 않아 부모님의 경제적 지지를 떠나 내 스스로 일어나야 하는 시기이다. 나는 이를 충분히 알고 있고, 나 자신을 사회에 내던질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그런것 같지 않다.
나는 사실 집에 있는게 편하지 않다. 나는 오히려 나 혼자 있는 시간을 정말 편하게 느낀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그런 시간을 가지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 나 스스로 골똘히 생각하는 것들이 많아서, 그리고 그 생각들이 사회가 보기엔 시간 낭비인 것 같아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무튼 여러 이유에서 나는 집에 있는 것이 심적으로 편하지 않다. 밖에 나가도 안전하게 노는지 부모님께서 걱정하고 있을까봐 마음 편히 놀지도 못하고 시간만 신경쓰기 일쑤이다. 더욱이, 우리 가족은 가족끼리 여행도 가고 어릴땐 저녁도 거의 매일 같이 먹었기 때문에, 우리 가족만의 시간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이러한 우리 가정적 분위기가 이제는 내가 마음편히 세상을 모험하지 못하게 막는다고 스스로 느낀다.
나는 부모님이 나에게 뭘 하라 마라 하는 것을 정말 듣기 싫어한다. 내가 하려고 하는데 정확히 그 행동을 하라고 잔소리하면 더더욱 짜증난다(하려고 했는데 왜 내가 이 소리를 들어야 하지 뭐 이런 느낌?). 내 스스로 생각하고 세운 나의 가치관에 정말 무게를 두는 성격이라서 그런 것 같다. 무튼 그래서 뭐든 내가 생각한대로 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당연히 나에게 잔소리를 해야 함이 마땅한 '부모님' 과 계속 마주쳐야 한다는 것이 정말 싫다.
이렇게 부모님에게 잔소리 듣는 것이 정말 싫음에도 내가 이렇게 부모님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우리 부모님이 형과 내가 해사와 민사고로 떠나 집이 텅 비어버렸을 때, 우울증이 오셨었기 때문이다. 이를 '빈 둥지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아이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끊어내는 과정에서 오는 우울증이다. 지금이야 뭐 민사고 3년 지내며 극복하셨고 내가 집에 있으니 느낄 우울증이 아니다.
그러나, 부모님이 나를 보며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상황이 이제는 오기 때문에, 부모님이 이제 스스로의 행복을 나에게 의존적으로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의 삶에서 제2의 황금기를 즐기며 더 큰 어른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부모님은 우리 두 형제를 정말 정말 사랑하셔서 그들의 30-40대 전부를 우리를 위해 살아오셨다. 그렇기 때문에 어찌보면 오래 지어온 자식 농사를 마무리 해야 하는 입장에서 허한 기분이 드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우리는 어릴때부터 '꿈을 가지고 살아라' 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루고,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 너의 인생을 꽃피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성장했다. 그것을 인생의 제 1 가치로 생각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부모님은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음이 눈에 보인다. 우리를 위해 아버지는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 회사를 가셔서 한 회사의 사익을 위해 일을 하고, 어머니는 더 양질의 교육을 위해 영어를 가르쳐 돈을 버셨다. 분명 부모님이 내 나이때 꿈꿔왔던 '인생의 목표'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나는 부모님이 원하셨던 원치 않으셨던 간에 세상에 나왔고, 부모님은 나 때문에 20년동안 그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셨다. 그 아무리 고마움을 표현해도 부족할 봉사에 정말 깊은 감사를 표하며, 이제는 두 성인으로서 그들의 새로운 삶을 그려나갔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가 또 인생에서 배울 새로운 본보기가 될 것이니.
나는 부모님이 정말 행복하게 건강히 무병장수하셨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인생에 대한 까마득한 후배(30년 웃도는 차이) 로서 분에 넘치는 행동일지 모르겠지만, 몇가지 조언을 올리고 싶다. 첫째, 술을 멀리하셨으면 좋겠다. 언제부턴가 우리집이 애주가 집안이 된것 같은데, 술은 진짜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즉, 취하지 않게) 드셨으면 좋겠다. 아무리 지금 건강에 무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습관이 무서운 법이니깐. 둘째, 공부를 더 하셨으면 좋겠다. 절대로 우리 부모님이 멍청해 보여서 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도 가방끈이 정말 기시다. 그렇지만,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셨다는 느낌이 강하게 있다. 학문의 즐거움에 발을 담궈봤던 사람으로서, 그 넓은 지식의 바다를 보고 만끽하셨으면 좋겠다. 나 스스로도 내 인생 후반기에는 세상의 공부,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다. 20기 이용훈 선배가 말했듯이, 나도 '인생의 첫번째 반은 과학에 빠져 살고, 나머지 반은 인문학에 빠져 살고 싶다'. 마지막으로, 부모님 둘이서 서로 미워하고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중에 내가 쓸 '결혼이란 무엇인가' 라는 글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인생에서 가장 오래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서로를 깊이 공감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어무니 아부지, 지금까지 저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않고 마음에 보물로 간직하겠습니다. 아직 저와의 인연이 끝은 아니지만, 이제 오래오래 건강히 행복하게 사시길 마음 깊이 응원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