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한창 준비하고 있어야 할 시기이지만, 생각이 계속 맴돌아 글로 옮겨보려 한다.
오늘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내가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한 변론을 위해 내 가치관을 빌드업 하는 것이므로 찬찬히 읽어보길 바란다.
나는 가정에서 아이가 부모님에게 받아야 하는 것은 1. 의식주의 해결, 2.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기초적 지식&규율교육, 3. 자아실현을 위한 방법 제안 및 지지 이다. 1번은 당연히 미성년자가 경제활동을 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고, 2번은 가정이란 집단이 한 아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근본적인 창구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부모님 아니면 너에게 그런 교육을 해야 하는 의무를 느낄 다른 사람이 없달까? 3번은 (부모님 입장에서) 내가 사랑하는 자가 스스로 일어서 자신만의 행복을 창출할 수 있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1,2번과 3번은 그 양상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1,2 번은 자식을 자신 마음대로 낳은 입장에서 지켜야 할 인간적 도리에서 비롯한 의무이지만, 3번은 사랑하는 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봉사정신에서 오는 것이다. 부모가 되어서 1,2번은 아이에게 (사회적 윤리에 근거하여) 강압적으로라도 주어야 하는 의무이지만, 3번에 대해서는 강압적으로 주어야 할 사회적 정당성이 부여되지 않는다.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너가 행복했으면 하는 건데,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되어 보면 당연히 느끼게 된다고 하면 뭐 미혼자로서 할 말이 없지만, 적어도 내가 어릴때 부터 생각해온 '가족'의 기초적인 존재의 이유는 위와 같다.
딱 잘라서 말하면, 아이가 스스로 경제활동을 할 사회적 나이가 되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살아갈 정도가 된다면, 부모로서 '해야 할' 의무는 다 한 것이고, 이후부터는 그 아이가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사회에 나갈 나이가 되지 않더라도, 성장 과정에서 3번에 따라 부모가 주는 심화교육, 사회적 경험, 여행 등등을 스스로의 자양분이 되도록 소화하는 것은 오로지 그 아이의 몫이다. 이는 어찌 강제로 주입하려고 해도 안되므로, 결국 자신의 사회적 주체로서의 성장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부모는 이를 충분히 아이에게 일깨워줌과 동시에, 그들이 때때로 실패를 경험할 때마다 돌아와 기댈 수 있는 가장 마지막 안식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사회에 나갈 기초적 준비가 되었을 때에는, 눈물을 머금고 과감하게 둥지에서 밀어 떨어뜨려야 한다. 사회 안에서 아무 댓가 없이 도움주는 것은 사실 없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해줘야 할 마지막 매듭짓기이다. 차가운 모습일지라도, 이제는 내 손을 등지고 아이보고 스스로 걸어보라고 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아이가 걷는 것에 필요성을 못 느껴 주저 앉는다면 성장에 대한 일깨움을 전달하지 못한 것이고, 아이가 스스로 걷기 위해 넘어지고 무릎 까지며 노력한다면 부모가 해야 하는 것은 등진 손을 내밀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다. 성장에 고통이 따르는 법이라는 것을 말없이 가르쳐 주면서.
나는 정말 행운이게도 1번과 2번을 아주 잘 받았다. 지금까지 배 안곯고 따뜻한 이불아래 잘 잘 수 있었음이 이를 방증한다. 말도 할 줄 알고 계산도 할 줄 알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도 배웠으며,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배웠다. 3번도 충분히 넘치게 받았다. 어릴때부터 일찍이 영어를 떼어 그 만큼 손에 쥘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사교육을 받으며 고등교육을 받기 위한 발판을 잘 밟았다. 공부하고 싶은 서적과 제재들을 필요할 때마다 공급 받았으며, 여행을 통해 자연과의 심적 가까움도 가지게 되었다.
이제 머리가 클 대로 크고, 스스로 선택에 책임을 질 줄 아는 나이가 되어, 이제는 내가 나의 성장을 위한 발판을 찾아 발에 땀나도록 뛰어다녀야 할 시기이다. 하기 싫어도 분가를 하여 스스로의 삶을 꾸려 나가야 하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