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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나의 글, 나의 노래/감자 글 2024. 12. 31. 00:13
나는 지난 1년동안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왔을까, 뒤돌아보자.
다작했던 2023년에 비해 현격히 적은 양의 글을 썼다. 집필 충동이 덜 빈번하게 온 듯하다. 내뱉기 보다는 들이쉬는 것에 목말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전이 있었는가, 하면 아직은 미미한 것 같다. 글의 주제는 더 깊고 좁은 것들이었지만, 그것들에 대해 나만의 시각을 가지는 데에 아직 서툴다.
상반기는 커피와 음악에, 하반기는 사진과 와인에 몰두하며 살았다. 철학과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아름답게 풀어내는 방식과 매체들에 관심이 번졌다. 세상의 갖가지 향락거리들을 섭렵해감에 따라 윤택한 삶에 대한 로망은 자연히 커져 갔다. 그에 뒷받침하는 돈벌이들을 어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향락들을 더 풍부하게 느끼기 위해, 더 민감한 내가 되기 위해 내 자신을 단련하는 나날들을 보냈다. 음악 수행능력과 기반지식을, 커피 추출테크닉과 센서리를 체화했다. 빛을 이해하고, 카메라를 이해하려 다양한 피사체들을 습작으로 남겼다. 다양한 종류의 음악과 와인을, 다양한 주제의 철학과 인문학을 경험했다. 단어들의 섬세한 배열로 나타나는 뉘앙스 변화를 연습했다. 지식들을 그러모으고, 머슬메모리들을 연마한 한 해였다.
내년에는 무엇을 도전하고 싶은가.
내년에는 지난 1년간 표현하기에 실패했던 머릿속에 맴도는 '변화무쌍함'들을 표현해보고 싶다. 나의 최근 관심은 연속성, 유기성, 비정형성, 휘발성의 온전한 표현이다. 인류의 인식한계 상 분절적으로밖에 접근하지 못하는 여러 대상들을 더 잘 이해하는 방법들을 찾고 싶다. 예컨대 물리적으로는 유체, 경험적으로는 향미, 형이상학적으로는 감정이 그 대상이다. 형언해내지 못하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더 가까이 가는 내가 되고 싶다. 나의 목표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에 가까운 것 같다. 제대로 느껴야 그것들과 비슷한 저작물들을 생산해낼 수 있을것이라, 하는 나의 신념에서 가지나온 것이다.
내년은 무얼해야 할까.
불보듯 뻔한 것은 먼저 나의 학업적 과오를 수습하는 1년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세상을 체화하겠다는 낭만적인 야망 아래 무참히 뒤로했던 학업을 조금이라도 주워담아 다음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아마 그마저도 벅찰 것이지만, 그것만 하고선 가만히 있질 못하는 성격임을 잘 알기에, 한 두가지 프로젝트를 기어코 만들어내겠지.
작가의 말.
2025년에는 펜팔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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