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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um lerne ich Deutsch?나의 글, 나의 노래/감자 글 2024. 10. 26. 20:21
독일어를 왜 공부하는가?
최근에 독일어 공부를 좀 열심히 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꺼냈더니, 남다른 질문의 소유자 K 선배가 역시 "왜" 를 물었다. 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선배님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번 질문도 조금 독일어 공부를 조금 해본 이 시점에 대답해보려 한다.
이유들을 소개하기 전에, 내 최애 영화 "Arrival(2016)"을 먼저 소개해야 할 것 같다. 이 영화는 지구상에 난데없이 도착한 12개의 거대한 우주선을 맞이하면서 시작되는 SF 영화이다. 과학자들은 그 우주선 속으로 들어가 외계 생명체와 소통하며 새로운 지식을 배워간다. 이 영화의 외계 존재는 소통할 때 하나의 원 형태의 언어를 그려 표현하는데, 이런 언어적 특징은 그들이 문장을 구사할 때 처음과 끝 구분 없이 모두 동시에(비직선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비선형적이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과 같은 세계관이 다르고, 그래서 그들은 미래를 과거 보듯 볼 수 있다고 묘사된다.
이런 컨셉들은 사피어-워프 가설(Sapir-Whorf hypothesis)을 기반으로 그려낸 아이디어인데, '언어가 사고의 틀을 형성한다'는 가설이다. 언어 속에 문화권의 사고관들이 녹아있고, 언어 구사자들은 그것에 기반하여 사고할 수 밖에 없다는 가설이다. 이런 이론에 따르면 비선형적인 언어를 배우면 시간을 너머 사고할 수 있게 되고, 실제로 주인공이 그렇게 문제를 해결해간다.
이 영화는 나에게 언어가 나의 사고의 울타리를 결정짓는다는 생각을 깊이 심어주었다. 그 가설이 내게 되게 설득력 있었던 게, 내가 한국어 글을 쓰면서 문장들을 영어의 방식으로 쓰고 있다는 생각이 한때 들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트루먼쇼의 트루먼이 된 양 이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은 계몽주의적 열망이 생겼다. 그래서 제2외국어를 습득해보고 싶어졌다. 비록 제2외국어는 영화처럼 나에게 미래를 보는 능력을 일깨워주진 않겠지만, 사고의 확장 내지는 전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에 제 2외국어를 공부하려 했다. 언어는 내가 읽을 수 있는 문헌의 범위도 넓힐 뿐만 아니라 세계를 보는 눈도 넓힐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이유는 그 많은 외국어 중 독일어를 고른 이유를 설명하진 않는다. 독일어를 공부해보게 만든 독일어의 첫번째 특징은 "조어력"이다. 한자어가 단어를 만드는 것처럼,독일어는 형태소 격의 단어들을 이어붙여 새로운 단어를 만든다. 주말이 한 주를 뜻하는 '주'와 끝을 뜻하는 '말'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독일어도 'Wochen" 과 "ende" 를 합쳐서 주말(Wochenende)이라는 단어를 만든다. 그래서 독일어 단어들이 길어지는 것은 자연스레 나타나는 특징이다. 내가 지금까지 배운 단어 중 가장 긴 것은 "Lieblingsbasketballspieler" 인데, "최애 농구선수" 란 뜻이라고 한다.. 독일어는 이렇게 별 것 아닌 개념들도 모두 단어로 만들어버리는 언어적 습성 때문에 진짜 별의 별 단어가 있다고 한다. 여하튼 이렇게 별의별 단어가 있기 때문에 독일어를 공부해보고 싶다. 왜냐하면 언어의 단위들이 함축적일 수록 사고의 복잡도와 속도도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문어들에 한자어가 많아 복잡한 개념들을 적확하게 표현하듯, 단어들이 많아 개념을 정확히 지칭할수록 더욱 세밀한 사고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단어의 힘이 약한 언어에 비해 서술적인 문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독일어를 공부해보게 하는 두번째 특징은 "독일어권 학계"이다. 독일에는 엔지니어링 쪽으로 특출나다고 알려져 있고, 그에 못지 않게 독일음악, 독일철학, 독일문학에 걸출한 인물들이 많다. 그러한 저서들과 고전들을 원어로 접해보고 싶고, 가능하면 해외로 진출하는 힘도 되지 않을까 싶어 공부한다. 이것이 활용도면에서는 불어나 스페인어보다 떨어지는 독일어를 선택한 큰 이유다.
한국교육의 전형적인 세문단 논거형식에 훈련된 터라 세번째 이유와 결론 문단을 만들고 싶지만, 관습에 저항하는 면에서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 마지막으로, "왜 지금?" 을 설명하자면, 이번 년도가 되어서야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로 떠나는 연구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물리학도라면 누구나 마음에 로망처럼 품고 사는 연구소일 것이다. 비록 소프트웨어공학 분야에는 적합한 연구소가 없어 금년 지원하지는 않았지만, 내년에는 어느 비슷한 분야 실험실이라도 좀 넣어볼 심산이다. 그러기 위해! 열심히 준비한다~~
작가의 말
글을 쓰다보니 제가 왜 독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초심을 되찾았습니다..
미안하다, 이 결론 내려고 어그로 끌었다.. 막스플랑크 연구수준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진다..'나의 글, 나의 노래 > 감자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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