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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루틴 이야기 - 골조 루틴나의 글, 나의 노래/에세이를 써보자 2024. 3. 6. 13:31
나는 루틴적인 삶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첫째로 시간 축적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매일 꾸준히 하다보면 뭐든지 원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매일마다 챙겨서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루틴으로 정해 놓고 꾸준히 하길 좋아한다. 루틴을 좋아하는 이유 두번째는 신경쓰지 않아도 하루를 골격있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마다 해야 하는 일이 몸에 배면 다른 중요한 일들에 브레인 파워를 더 쏟을 여유가 생긴다. 가뜩이나 머릿속이 복잡한 나이기에 최대한 여념거리를 걷어내주는 루틴적인 삶이 좋다.
근 몇년 간 루틴을 만들고 부수길 반복하면서 어느 정도 나의 루틴들의 골조를 잡았다. 집을 지을 때 기반석을 먼저 닦듯이 루틴들도 먼저 세워져야 하는 것들이 있다. 오늘은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며, 그리고 방탕했던 방학생활을 정리하며 내가 재건한 루틴계의 프레임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1. 수면패턴 과 전후 루틴 지키미.
수면패턴은 모든 것 중에 단연 가장 중요한 루틴이다. 수면패턴이 일정해야 사람이 피로하지 않다. 5분 오차범위 내에서 일정한 시각에 잠들고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야 몸이 그 루틴대로 살게 된다. 더 늦게 잠들어도 더 일찍 잠들어도 피곤하다. 더 늦게 일어나도 더 일찍 일어나도 피곤하다. 수면의 질은 단순히 양에 결정되지 않는다. 시간이 얼마나 길건 자신에게 맞는 수면리듬대로 자고 일어나는 것이 필수이다.
자신의 몸에 내재된 수면리듬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찾은 나의 수면 패턴은 12시 30분이나 1시 30분에 잠자리에 누워야 아침 7시에 일어나 피곤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시각 전후로 5분 오차범위 안에 잠에 들어야 수면 리듬대로 잘 수 있다. 다시말해 12:25 - 12:35, 1:25 - 1:35 사이에 잠들어야 한다. 하루에 잠들 수 있는 기회는 단 20분인 것이다.
수면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평상시 행복 수치 평균이 올라간다. 일단 피로하지 않은 게 한 몫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피곤하면 뭐든 잘 안된다. 그러므로 뭐든 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Sound mind in a sound body 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피곤하지 않다는 것 하나 만으로 다른 루틴들의 성공확률이 곱절 증가한다.
나는 정확한 시간에 잠에 들기 위해 자기 전 루틴들이 있다. 이 루틴들을 적절히 완충시간으로 사용하여 급박하게 잠들어야 하는 순간을 예방한다. 자기 전에 나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물을 한컵 머리맡에 떠다 놓는다. 내일 아침에 입고 나갈 옷을 골라놓고, 가습기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휴대폰은 침대에서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충전을 꽂아두고 알람을 위해 소리모드로 바꾼다. 그러고 커튼을 치고 잠에 든다. 잠자리에 들어서는 오직 잠드는 것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이 일련의 과정이 최소 5분 정도는 걸리므로 한 10분 전부터는 자기전 루틴을 준비해야 한다.
잠이 들지 않을 때 흔히 양을 세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영어권에서 sheep 과 sleep 의 소리가 다른 듯 비슷해서 언어적으로 잠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기법이라고 한다. 한국말로 sleep 은 '잠' 이니깐 나는 비슷한 글자인 '잔' 을 센다. 그래서 나는 머릿속에서 와인잔을 테이블에 세팅하는 상상을 한다. 잔 하나, 잔 둘, 잔 셋 하며 세면 금방 잠에 든다. 잔을 셀 때 몸에 힘을 빼고 눈을 푼다는 느낌으로 진정시키면 노곤함이 서서히 올라온다.
나는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기 위해 기상 직후 루틴들도 만들어놓는다. 나는 요즘 아침에 알람이 울리자 마자 5초 내로 일어난다. 그 5초를 넘기고 '아, 피곤해' 를 생각하는 순간 그 날은 늦잠을 피할 수 없다. 알람을 끄는 순간이 가장 잠에서 깨기 좋은 순간임을 깨닫고, 더 자도 이 피곤이 날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금방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다. 일어나면 어제 밤에 떠다놓은 물로 입을 헹구고 물을 마신다. 옷을 입고 이불을 개고 다이어리와 헤드폰을 챙겨 산책에 나선다.
아침 산책은 최근에 변경한 루틴지키미이다. 원래 아침에 일어나 바로 수영을 하곤 했는데, 아침부터 강하게 각성되니 아침먹고 커피 먹고 나면 노곤해지더라. 그래서 잠이 깰 정도로만 움직일 수 있는 것을 하자, 라고 루틴 지키미를 수정하였다.
아침에 산책을 캠퍼스 한바퀴를 하며 음악 혹은 팟케스트를 듣는다. 이 때는 좋아하는 음악보단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새로운 노래를 찾아 듣는다. 새로운 음악에 집중하다보면 두뇌 회전에 시동이 걸린다. 그렇게 잠깐 걷고나서 벤치에 앉아 오늘의 계획을 세운다.
2. 매무새 관리와 운동.
멋진 옷을 입는 것에 대해 탈무드에 이러한 이야기가 있다.하루는 랍비(종교지도자 겸 재판관) 히야비 아바가 랍비 앗시에게 물었다.
"어째서 바빌로니아 학자들은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나요?"
랍비 앗시는 답했다.
"그들이 훌륭한 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화려하고 좋은 옷을 입어서라도 사람을 압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랍비 요나한이 말했다.
"당신들은 잘못 알고 있오. 저 사람들이 좋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오. 둘이 살던 고장에서는 평판에 의해서 사람이 평가되었지만, 다른 고장에서는 옷차림에 의해서 판단되니까!"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거적데기 하나 걸치고 다니면 달갑게 맞이해주지 않는다. 이렇듯, 내면의 단단함은 쉽게 드러내기 힘든 법이다. 따라서 외적으로 관리를 해야만 적어도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화장하고 외모를 꾸미는 것이 과시적인 행동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외모를 보고 많은 부분을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꾸안꾸" 라는 미학이 있는 듯 하다.
여튼 나는 나의 매무새에 대해 '청결하게, 그리고 단정하게' 라는 신념이 있다. 몸을 정결히 하고, 면도도 잘 하고, 얼굴에 로션도 좀 바르고, 머리도 좀 만지고, 옷도 좀 좋은 걸로 사입고.. 여튼 외모 가꾸기에 대해 의식적으로 배워나가는 중이다. 매무새에 대한 나의 가치관이 이렇게로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구상중에 있는 루틴이다.
매무새의 결에 이어서, 나는 운동으로 몸을 fit 하게 유지하려 노력한다. 달리기, 철봉, 수영, 암벽등반 등 갖가지 운동을 즐기면서 건강도 챙기고 매무새에 대해서도 부수효과를 꾀한다. 요즘은 주중 저녁 9시에 달리기 3km 를 꾸준히 하고 있다. 이제 3km 로 몸을 달궜으니 다음주부터는 5km 씩 뛸 생각이다. 달리기를 해서 다시 60kg 대로 돌아가야지..쓰다보니 주저리주저리 거창하게 적어놓았는데, 여튼 이런 과정들이 루틴이 되면 그냥 손 안대고 코풀 듯 할 수 있다. 나도 이렇게 쓰면서 '그 다음 뭐해야 하지?' 떠올리면서 썼는데, 쓰다보니 내가 이렇게 많은 생각을 안하고도 잘 살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이제 골조만 쌓아 올렸다는 것이지~ 다음 시간에는 이 골조 루틴 위에 세운 두번째 우선순위 루틴들, 바로 데일리 루틴에 대해 소개해보겠다.
작가의 말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루틴이 수면루틴이라 저는 제 잠자리를 아주 신경써서 가꿉니다.
드디어 제 잠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타이밍이 왔군요..'나의 글, 나의 노래 > 에세이를 써보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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