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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스타그램 본계정을 지웠다
    나의 글, 나의 노래/감자 글 2023. 12. 28. 03:58

    오늘, 인스타그램 본계정을 지웠다. 이 관음적인 염탐을 멈추기 위하여 눈알 하나를 뽑았다. 남은 하나도 곧 뽑아버릴 것 같다.

     

    오늘 나는 인스타를 보다가 문득 든 삶의 경고 같이 무언가 뇌리가 틱하고 퓨즈마냥 끊어졌다. 쓸데 없는 피드를 끊임없이 읽고 있는 나 자신이 허약해보였다. 마치 끊임없이 투석을 해야만 깨끗한 혈액으로 살 수 있는 신장기능 불능자 같았다. '좌우로 나란히' 하여 끊임없이 옆사람과 열 맞추는 운동장 위 일개 학생 같았다. 또래에 뒤쳐지지 않음이 곧 그들과 같게 되는 것임을 낫 놓고 기억자 모르듯 이제껏 깨닫지 못했다. 독특해지지 위함이라기보다, 적어도 나는 이 길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일종의 도발성 자신감이 들었다.

     

    특이하게 느꼈던 것은, 내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지우며 '죽음'을 떠올렸다는 것이다. 나에게 인스타그램은 또하나의 세상이었으며, 그 곳에서 스스로 존재를 지운다는 것은 자살과 같다고 느꼈다. 죽음 앞에 흥분한 나는 이 곳을 떠나는 마지막 버튼을 누르며 '전역'을 떠올렸다. 굉장히 공포스러웠고 무한히 짜릿했다. 


     

    인스타그램은 전교생조회 시간(옛적 애국조회)의 시상시간과 같다. 뭔가 특이한 업적을 이룬 사람이 단상에 올라가 상을 받는다. 아래의 학생들은 다같이 박수를 쳐준다. 그리고 다음 시상자가 또 단상에 올라간다. 소싯적 오를 일이 별로 없던 나는 그 행사가 아주 지옥같다 느꼈다. '상'이라는 개념을 만듦으로서 그렇지 못한자들을 '단상 아래로' 끌어내려 박탈감을 준다. 말하자면 단상 아래 학생들의 박탈감을 재료삼아 수상자에게 뿌듯함을 선물하는 것이다. 상은 곗돈같은 것이며 나는 내가 곗돈을 탈 순간만을 기다리면 잔고를 털어 곗돈을 낸다.

     

    인스타그램은 소외감을 조성하여 사용자 이탈을 막고 있다. '이 플랫폼을 뜨는 순간 너는 남들 다 하는 게임에서 잊혀질거야. 그것만으로 고통스러울걸?' 

     

    어릴적엔 '수상제도' 자체를 비판했다. 그깟 경쟁구도가 '최고'라는 감투를 창조하고, 그외의 사람들은 '패배'라는 채찍을 맞는다. 상이란거 없어지면 좋을 것을. 경쟁이란거 없어지면 좋을 것을. 하지만 인생을 함께 살다보니 비교는 안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하더라도 나만 안한다. 나만 비교를 안하면 나는 그저 '패배하기 무서워 경쟁에 뛰어들지조차 않는 겁쟁이'밖에 되지 않는다. 평등을 지지하는 동시에 비교를 안할 수 없다. (이 주제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자세히 써보겠다)

     

    이번엔 그 '단상'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단상 아래 우리가 느끼는 박탈감은 따지고보면 스스로 만들어낸 감정이다. 그 감정은 '시각적으로 높이 솟아있는' 단상에서 온다. 우리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고개들어 바라보며 은연중에 부러워하게 된다. 그래, 저 단상 부숴없애버리자. 하지만 인스타그램이란 단상은 내 혼자 힘으로 부술 수 없다.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그 단상에 오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 킴 카다시안과 같이 '유명해서 유명한' 인스타그램은 쉽게 부술 수 없다.


    이번엔 그냥 조회를 뛰쳐나가기로 했다. 그까짓 조회, 왜 참여해서 박수치고 앉아있어야 하는거야? 부술 수 없는 단상과 조회, 외면해버리리라. 차라리 뛰어나가 노리라. 비록 상받고 상금 타서 부자가 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흙바닥에서 모래성 만들고 즐겁게 살아보리라. 인스타그램이 조장하는 소외감은 모두 허상이다. 인스타 없이도 인생 잘 살았었구만 뭘. 난 그냥 없는 셈 치고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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