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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구를 두눈 똑바로 뜨고 닫았다
    나의 글, 나의 노래/감자 글 2023. 12. 6. 08:05

    잠을 설쳤다. 하루종일 너무 많은 정보의 흐름에 뇌를 다친 기분이다. 나는 그런 흐름에 나를 일부러 담근 것 같다. 

     

    시험기간이 다가오자 나는 일을 잡기를 유보했다. 하나라도 해결하기 시작해야 일이 밀리지 않고 해낼 수 있을텐데, 마냥 유튜브만 보고 있다. 그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정작 결단을 하지 못한다. 결국 시원하게 놀지도 않으면서 일을 시작하지도 않고 있다. 

     

    어제는 그 절정에 다다랐다. 오전 내내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다. 오후 수업 10분전에 꾸역꾸역 일어나 강의를 한귀로 듣고 와서는 유튜브만 주구장창 보았다. 가지 않아도 출석 인증해주겠다는 교양 수업을 나만 나갔다 왔다.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또 유튜브를 보았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 마음 다잡고 다시 일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은 분명 했다. 손털고 다시 일어날 생각도, 그렇게 하면 이제 진짜 일을 하게 될까봐 실천으로 옮기지 않았다. 나태함과 쾌락에 절여진 내 자신이 출구를 두눈 똑바로 뜨고 닫았다. 방을 차오르는 물을 보며 수도꼭지를 부숴버렸다. 목에 매달린 줄을 보고 발 아래 의자를 걷어찼다.  


    나는 나의 슬럼프를 넘어왔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번에 넘어야 할 성장의 벽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법' 이다. 나는 기껏 머리로 느꼈던 교훈들과 돌파구들을 몸소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학기는 일어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를 바꾸기까지의 노력을 하지는 않은 듯 하다. 

     

    지칠 때 주저앉지 말고 빠른 걸음으로라도 걷기. 막막한 일이 있을 때에는 일단 하나씩 하기. 너무 커보이는 일은 '작게' ,'일단' 시작하기. 마음속의 기한을 1일정도 당겨잡아 완충 시간을 가지기. 평소에 공부하기. 너무 크게 그려가며 공부하지 않고, 현실적인 규모로 시험 대비하기. 고통 자체를 온전히 느끼기. 무슨 일이 있어도 수면 패턴을 사수하기. 성과와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않기. 

     

    경험적으로 배운 노하우들을 재구현하는 일은, 그것도 난생 두번째로 구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이아말로 관성을 바꾸는 일이다. '이전에는 그 노하우조차 알지 못한것에 비하면 그래도 성장한거야' 라는 위로가 스치지만, 별로 위로를 듣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위로는 아무 짝에 쓸모가 없다. 내 마음을 다독여봐야 실패만 담담히 받아들일 뿐이다. 

     

    모든 것은 머리로 알고 경험으로 깨달았지만,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실수를 안할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 범하는 것은 나의 문제이다. 아무리 채찍질해보아도 내 자신은 늙은 낙타마냥 변화가 굼뜨다. 애꿎은 채찍질은 더 잦아지는데, 그에 비해 동작은 전혀 빠릿해지지 않았다.

     

    똑같은 실패를 범할 때 내가 자주 떠올리는 말. 괜찮아, 작심삼일도 쉬지 않고 33번 하면 작심 100일이 돼. 그 다음 기회에 일어날 수 있게 도전해보면 되지. 아냐, 그렇다기엔 똑같은 실수를 너무 많이 범했고, 그것을 이루기엔 내가 너무 게으른가봐. 

     

    방황이라 하기엔 너무 긴 시간이었어. 그 끝이 있어야 방황은 있고 헤어나온 후에만 그렇게 부를 수 있는거야. 지금까지로는 넌, 그냥 도태되고 있는거야. 딛고 일어나야만 넘어진 것이게 되고, 그전까진 난 그저 달리기를 포기하고 주저앉은 사람인거야. 

     

    운명론을 믿고 살아도 그 속에서 내가 이루고 싶은 인생의 방향에 대한 운명적 욕망들도 있다. 꿈꾸는 만큼, 깨달은 만큼 이루고 살아가지 못하는 내 자신이 참 밉다. 


    나는 헛소리도 많이 했다. 실패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용기있는 자유이다. 그럴리 만무하다. 이것은 나태함의 물풍선을 안에서 매듭 묶는 선언이다. 이 발언을 통해 나의 나태함은 완전해지고, 끝없는 굴레의 고리가 완성된다. 

     

    이제 나는 또 다른 스킬셋의 필요를 느꼈다. 이제 나의 나태본성과 그것을 깨나가는 과정을 알고 있으므로, 그 중간의 상태전환을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전까지는 그저 '5초의 법칙', '글로 마음 다잡기' 등이 있었지만, 이로서는 충분하지 않은 나의 나태의 크기를 실감했다.  아냐, 나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나의 나태를 다잡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걸지도.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것. 잘 알고 있는 해법을 한시 빨리 실천에 옮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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