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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lieve..나의 글, 나의 노래/감자 글 2023. 10. 22. 19:02
식물이 서툰 이들을 위해 씁니다.
BGM 신승훈- <I believe>
https://youtube.com/watch?v=-UZnpcufkbc&si=sNMWqUZJWTYgjO4j
식물은 따뜻한 영혼이에요. 제 옆을 제발로 떠나지 않고 든든히 그리고 묵묵히 같이 있어줘요. 또 식물은 정직해요. 부족한 것이 뭐고, 넘치는 게 뭔지 돌려 말하지 않아요. 식물은 욕심도 없어요. 그저 생명을 붙들 정도로만 먹고, 그 너머로 성장을 꾀하지 않아요. 식물은 감정적이지도 않아요. 흐린날 틱틱대지 않고, 시비걸지도 않아요.
식물은 혼자서도 강인한 존재에요. 태어나기도 전부터 씨앗으로 홀로 되고, 자신의 시작을 직접 골라 환경에 적응하며 생명의 강인함을 증명해요. 다만 우리가 일부러 저희 곁으로 떠온 것이므로, 우리가 익숙한 환경에선 나약할 수밖에 없어요. 무인도에서 정성다해 불씨를 키워서 피우듯, 새싹때부터 키울때는 섬세하고 각별한 도움이 많이 필요해요.
식물은 물 관리가 가장 중요해요. 윗 흙이 손가락으로 찍어서 묻어나올 정도로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흠뻑 물을 주세요. 한번에 왕창 주지 말고 2-3cm 차오를 때까지 부었다가 다 내려갈 때쯤 또 그정도 주고 주고 해주세요. 이파리도 젖어서 먼지를 털어낼 수 있게 위에서 뿌려주세요. 흙 가루가 잎에 붙으면 닦아주세요.
창가 있는 방에 따뜻하게 보일러 틀고 창가에 두세요. 유리가 있으면 광량이 줄어들긴 하지만 추운 것보단 나아요. 창가에 너무 붙이면 냉해를 입어요. 따뜻한 오후에는 창문도 열어 바람을 쐬어주세요.
이파리가 떨어지면 얼른 주워주세요. 벌레와 곰팡이가 이불삼아 자랍니다. 병든 이파리를 자를 때엔 칼을 라이터로 소독해서 단번에 베어내주세요. 잔가지와 이파리를 가지치기해주면 중간목대가 굵게 실해져요.
식물은 이파리로 말을 해요. 축 처지면 물이 부족한 걸거에요. 얼룩이 지면 병해를 걱정해야해요. 줄기만 콩나물처럼 길어지면 햇빛이 부족한 걸거에요. 식물의 언어는 많이 키우면서 하나씩 배우게 돼요.
생장이 갑자기 더뎌지면 화분에 뿌리가 꽉찼거나 흙에 질소가 부족한 거에요. 뿌리가 물받이까지 내려오진 않았는지, 흙이 단단히 굳진 않았는지 확인해주세요.
분갈이는 봄에 한번, 가을에 한번 하는게 좋아요. 기존 흙을 다 털어내면 몸살을 심하게 해요. 적당히만 털어주고 잔뿌리를 적당이 뜯어풀고 정리해주세요. 새로운 흙에 심고 꼭 물을 흠뻑 주세요.
식물마다 온도,습도,광량,물 주기가 취향이 있어요. 흙도 식물의 종류에 따라 좋아하는 흙이 달라요.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알 수 있어요. 보통, 인간에 비해 습도는
습하게, 온도는 덥게, 햇빛은 적당히가 좋아요.
식물의 잎은 끊임없이 자라기 때문에 키가 얼마나 컸는지, 잎이 얼마나 컸는지가 기록해야만 보여요. 식물일지를 써가며 잘 크는지 기록을 해봐요.식물을 매일매일 가꾸다보면 그들이 말을 재잘재잘 하는게 느껴져요. 오늘 밤잠은 따뜻했는지, 목마르진 않은지, 햇빛은 배부르게 먹었는지, 창문을 닫아줬으면 좋겠는지 정직하게 이야기해줘요. 때로는 옆자리 학우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요. 그러면 잘 귀기울여 들어주고 사랑을 주세요.
모든 생명에게 그러하듯 죽음은 쉽게 다가와요. 가장 이뻐하던 애가 한순간에 가기도 하고, 원하는 만큼 성장하지 못하기도 해요. 반려식물의 말뜻처럼, 같이 잘 살아보고 헤어질 땐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어져야죠, 뭐.
무서운 이야기이긴 한데, 식물은 많이 죽여봐야 잘 키워요. 모든 생명이 내가 준것이 아니듯 모든 죽음도 내탓이 아니에요. 식물이 죽더라도 미안함을 이겨내고 그 다음 식물을 키워봐요. 죽은 아이 몫까지 자랄 수 있게 더 정성을 쏟으면 되죠. 지나간 식물이 유언처럼 알려줬던 식물의 언어를 가슴에 새기세요.
우리가 사랑이 부족해 반려식물을 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과 교감하면 사랑을 느낄 수 있어요. 솔로로 열심히 잘 살다가도 부모가 되어 자식으로 삶의 의미를 마음먹게 되는 것도 그 교감에서 비롯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사랑은 내가 얻기 위해 주는 것 같아요. 상대가 사랑을 준만큼 보답하는 것이 아닌, 내가 주는 행위 자체로 사랑을 충전하고 있는거에요.
세상에 더 많은 식집사들이 생기길 소망합니다.작가의 말
제 친구가 대뜸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길래 댓글 쓰려던 것이 하나의 글 분량이 되었네요.
나의 글을 제 첫 반려식물 으냉이를 비롯한 제 모든 반려식물들에게 바칩니다.
세르게이야, 아빠 말 잘듣고 건강하게 커야한다~'나의 글, 나의 노래 > 감자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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