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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글, 나의 노래/감자 글 2024. 1. 1. 15:54

    먼지 쌓인 와콤태블릿을 꺼냈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

    나는 '오리지널'에 대한 집착이 있다. 내가 생산해내는 컨텐츠는 모두 나의 것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사진도 내가 찍은 사진, 글도 어디서 베껴오지 않은 내가 한자 한자 생각해 써낸 글, 음악을 넣더라도 내가 녹음한 것들,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만든 재료들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길 좋아한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표절과 저작권에 대한 생각이 근원인 듯 하다. 누군가의 작품을 무분별하게 퍼다 쓰는 것이 창작자들에게 악영향을 준다고 배웠고, 실제로 내 작품이 무단 도용되는 것을 생각하니 마치 도둑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저작권은 무조건 지키리라'의 생각의 발현된 양상이 '오리지널 추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타인의 저작물을 합법적으로 가져다 쓰려면 허락을 받거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데, 나는 한낱 빈털터리 학생이기 때문이지.

    그러는 와중, 코딩계의 특이한 공유문화가 아주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코딩계는 자신의 코드를 퍼가는 것이 자신의 코드가 훌륭함을 인정하는 표식이라고 간주한다. 그래서 자신의 코드가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유저 친화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걸어둔다. 이 라이센스는 '이거 가지고 네 거라고 우기면서 나보고 도용했다는 고소만 안하면 돼' 정도의 최소한의 자기방어 수단일 뿐, 자신의 창작물을 지키는 용도는 아니다. 코딩계에서 이런 문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뭘까.

    코딩계는 '최적화'가 곧 돈이고 미덕이고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작성자가 누구든 간에 좋은 코드라면 누구나 사용하고 싶기 마련이다. 좋은 코드를 나만 쓸수 있어야 한다는 고집만 내려놓으면 남의 좋은 코드를 가져다 쓸 수 있는 자유를 얻는 것이다.

    마치 층간소음에 대한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인식 차이와 같다. 우리나라는 '나도 조용히 할테니 너도 조용히 해야해' 격의 보수형 평등을 바라는 반면 프랑스는 '오늘은 내가 소음 참아줄테니 내일은 너가 내 파티 소음을 참아줘야 해' 격의 교류형 평등을 바란다. 평등의 가치를 동일하게 추구하면서도 그 구현의 형태가 다르다.

    이외의 분야들은 왜 코딩계처럼 인식전환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보기엔 음악분야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음악, 특히 재즈는 곡에 대한 소유권이랄 게 없다. 그도 그럴것이, 애초에 곡들에 대한 악보가 널리 떠다니고, 많은 연주자들이 곡을 연주해주는 것이 곧 명곡임을 증명하는 척도이다. 같은 곡을 연주자만의 스타일로 바꿔서 그 색깔을 입힌다. 그런 면에서 재즈는 작곡가보다 연주자가 더 돋보이는 분야이다. 작곡가가 창작자이지 않다기 보다, 편집자 혹은 따라쟁이들도 창작자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작문 분야는 이런 문화가 가능할 수 있을까 잠시 상상해본다. 커피 분야 가능할까. 미술 분야는. 식물은.

    저작권이란 울타리로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다같이 모여 춤추는 광장의 모습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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