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2 01:13
아마 당분간은 글을 되게 많이 올릴 것 같다. 혼자서 쓸데 없는 생각을 많이하고, 같은 생각을 매번 반복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글로 남길만한 이야기가 많다.
오늘의 글은 나의 꿈에 관한 이야기이다.
1. 꿈을 갖게 된 계기.
나는 어릴때부터 부모님의 기대를 많이 받고 자랐다. 뭐든지 시작하면 앵간 했기 때문이다. 수영도 곧잘 하고, 검도도 대회나가고, 태권도도 시범하고, 공예도 좋아하고, 공부도 곧잘 했다(초등학교 공부). 그래서 부모님이 항상 형에게 기대하는 것보다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컷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 말에서 다른 것을 느꼈다. 어느하나 다른 능력보다 월등히 잘하는 것이 없고, 다들 고루 중상 정도 하니깐, 미래가 확고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내가 하고싶은 직업을 진로로 잡는게 제일 좋다 했기에, 나는 화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릴 때 와이즈만에 다니면서 뭔 지시약 실험을 했는지 화학 약품을 막 섞으며 색깔 변하는 것에 되게 신기해 했던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주기율표의 원소들을 하나하나 찾아보기도 하고, 일반화학 책도 펴서 읽어보고, 어린 나이에 이해 안되는 칼큘책도 도서관 가서 읽어보기도 하고 그랬었다. 무튼 내 자랑하는 게 아니고, 걍 그때는 화학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고, 과학 학원을 다니면서 부모님을 졸라 화2를 배웠는데, 그 내용은 뭔 외울 것도 많고 예외도 많고, 색깔 섞는 것 만큼 재미있지 않았다. 오히려, 내 절친이 좋아하던 물2 수업이 더 재미있었다. 정확히 뭐가 재미있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아마 걍 잘 풀려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화학에 대한 흥미는 떨어짐과 동시에 물리에 대한 흥미가 늘었다.
민사고를 준비하면서 화학을 볼까 물리를 볼까 고민하다가, 도서관에 가서 여러 전공책을 읽어보고선, 물리가 정말 체계적임을 알게 되었다. 반대로 화학은 지금 있는 규칙들도 예외가 많은 것을 보고 실망감을 느꼈다. 그래서 자연히 물리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되돌아보면, 민사고 준비하며 도서관에서 몇달동안 있던 것이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 것 같기도 하다.
2. 물리와의 만남
물리의 기본을 전공서적으로 접하니 정말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었다. 지금도 물2 문제는 잘 못풀고 실력도 그리 좋지는 않지만, 물리적인 감각이 좀 늘은 것 같아 그것으로도 지금까지 연명할 정도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물리를 역사를 따라 계속 공부하다 보니 양자역학의 기괴한 상상력에 매혹되었다. 아직까지도 수식적으로는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내용 자체가 정말 기묘하고 신비했다. 그래서 나는 양자물리학에 정말 끌렷었고, 그 중에 가장 신비했던 것이 초끈이론이었다.
초끈이론은 원자가 딱딱한 공(쿼크)로 이뤄진 게 아니라, ㅈㄴ 빨리 진동하는 실의 모습이 겹쳐져서 보인다는 이야기인데, Leonard Susskind의 Stanford 수업을 들으며 정말 흥미로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을 하는데에 다양한 수학이 많이 필요함을 느껴, 지금은 직접적 전공 공부보다는 수학의 기반을 쌓고 있는 중이다. 선형대수와 벡칼을 들으려고 했던 것도 일맥상통하는 이유에서이다.
무튼 물리는 공부할 수록 그 치밀한 논리체계에 매혹된다. 계속 공부하다보면 그 상상의 나래에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물리는 정말 재미있는 과목이다. 다들 물리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아마 수학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에서 오는 단순한 거부감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