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1 01:03
대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나서, 나 자신을 보니 너무 초라했다. 열등감이 나를 잠식하기 시작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 슬럼프.
민사고의 한 학기는 정말 즐거웠고,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많이 했지만, 그만큼 나에게 오는 충격도 컸다. 솔직히 중학교때는 공부를 가만히 앉아서 하는 것을 잘 안했어서 민사고 와서 그 부분에서 많이 밀렸다. 인생 처음으로 하위권에 속하는 입장이 되어보았고, 성적에서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것이 느껴지면서 스스로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오히려 그런 부분을 덮기 위해 스스로 민사인이란 탈을 썼는지 모르겠다.
2학기에는 비귀가주에 잔류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스스로 우울해지지 않으려고 힘이 나는 글귀를 읽거나, 정신없이 농구를 하거나, 너무 힘들땐 신성이랑 혼정만 가고 밥도 먹지 않고 잠만 자기도 했다. 스스로 민사고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을 거부하려 했고, 그렇기에 더욱 친구들과의 격차는 벌어져 갔다.
2학년 1학기에는 정말로 잘못하면 민사고에서 떨어져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탐구를 하느라 방학동안 재정비를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화근이었다. 바닥을 친 자존감을 다시 회복하지 못하고, 수면욕과 식욕만 채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정도로 매일 매일이 의미가 없었다.
이제, 더이상 발디딜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서,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오고 싶다.
2. 변화를 위한 몸부림.
나는 내가 참을성과 자제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책상에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유튜브를 한번 보기 시작하면 주말이 다 날라간다. 나는 내 이런 부분을 민사고 와서 고치고 싶었다. 하지만, 민사고에서 유일하게 나를 옥죌 수 있는 존재는 나 자신 뿐이었기에, 더욱 풀리는 것이 당연지사였다.
대학을 가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어도, 그것을 쉽게 까먹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주말에 공부해야 함을 알면서도 핑계로 실험을 하러가고, 계획 세운다는 것이 자습 3-4일을 까먹고, 그 계획을 지키지 않는다. 계획을 잘 지켜본 적이 없는 자로서 계획 세운다는 말은 공부를 시작하는 시간을 늦추겠다는 핑계밖에 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되게 열심히 사는 줄 아는데, 사실 겉보기에 그럴 뿐, 성과는 거의 없다. 내가 그렇게 티만 내는 이유는 그렇게까지 않하면 그냥 정말 진심으로 아무것도 안하기 때문이다.
부계 친구들은, 나를 마주치게 되면, 부디 내가 긴장이 풀리지 않았는지 잘 감시해주길 바란다. 방금 마음먹고서는 1분뒤에 그 마음가짐을 까먹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는 열심히 사는 친구들이 많다. 악착같이 하는 친구도 많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책상에 가서 앉아서 공부를 시작하는 게 아무렇지 않은 친구들이다. 그대들에게 열심히 하고, 목표를 까먹지 않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내 부계친구가 아닌 사람이라도, 주변에 열심히 사는 친구들에게 물어봐줬으면 좋겠다.
나는 정말 대학을 가고 싶다. 그런데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부디 열정과 끈기를 알려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