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9 00:28
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3. 넘어야 할 벽.
한때 원주에서 물리학원을 다니면서 영재고 준비를 한 적이 있었다. 끽해봐야 걍 물2 좀 더 공부하는 식이고 서울에서 하는 그런 수업이 아니었지만, 영재고 시험 문제를 풀면서 '나보다 정말 뛰어난 사람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혜움나래에서 KYPT 나갔을 때도 똑같은 것을 느꼈다. 영재고 애들은 정말 깔끔하게 물리문제를 풀어오는데, 우리는 기본도 안되있어서 조금만 설명하는 게 다였다. 수준 차이가 확 느껴졌다.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영재고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한 친구가 있었는데, 나는 물리를 좋아하고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본 자로서, 내 높이에서 두배 이상 더 높은 탑을 쌓으려면 내가 지금까지 한 노력의 네제곱배 정도는 더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실력차이는 물라도 그 실력 간의 노력 차이는 매우 크다고 생각했다.
위인전에 나오는 물리학자들 (뉴턴, 아인슈타인,,,) 을 보면 물리학 세계에서도 1등만 살아남는다. 우리나라만 해도 영재고 애들 만큼이나 많이 있는데, 세계 전체에서는 허다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순수과학 분야의 직업들은 성과주의적인 면이 많다. 논문도 지속적으로 써내야 대학 교수자리에서 짤리지 않고, 능력의 판단 기준도 학술지에 얼마나 많이 기재했는지로 평가되는 일이 많다. 또한, 순수과학 분야 연구의 특성상 자본이 뒷받침되야 하므로, 사회경제가 원하는 연구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그런 과학에서 벗어나서 내가 연구하고 싶은 것을 연구하기 위해, 가장 '실용성 없는' 분야인 이론물리학을 하고 싶다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상상만 하면 돈 주는 개꿀 직업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지금은 논문이 읽히지 않아 그 기반이 되는 수학들을 전면적으로 공부하는 중이다. 사실 물리 수학 하느라 물리 자체를 소홀이 해서 물리를 많이 까먹은 것은 사실이다. 물C 배우면서 뇌가 아프다는 게 느껴진다. 아직 내가 이루고 싶은 꿈에 도달하기엔 내 뇌의 주름이 배로 필요하다는 게 다시 느껴지는 요즘이다.
물리 공부를 하다보면, 내가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진다. 물리의 바다는 정말 아득하게 깊고, 넓다. 어느 하나 깊이 들어가려면 정말 인생을 다 바쳐도 공부를 다 못할 것 같다. 그래서 내 직업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내가 과연 그것들을 이해할 정도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