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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어났네. 살아가자
    나의 글, 나의 노래/에세이 2022. 6. 25. 08:05

    '과정의 의미' 이란 말에 이골이 난듯한 한 작가의 글을 보았다. '인생이 과정이라는 점은 오히려 결과론을 강화한다'고. 쓸모가 있어야 의미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쓸모 없어져버린 순간들이 나중에라도 쓸모가 되기를 빌며 '인생은 과정이다'라는 환각성 마약같은 말을 한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 글을 읽고 한참동안 생각했던 것 같다.
    쓸모없음에도 의미가 있다. 아니, 쓸모있음도 의미가 없다.
    인생은 그 자체로 의미가 들어있지 않다. 이룬 것이 하나 없이 죽어도 하나의 인생은 뜨고진다. 그렇기에 누구는 그것을 자신의 의미로, 행복함을 목표로, 사회의 명예로 '채워보려' 한다. 하지만 그 어떤 '의미'도 죽음 앞에 장사 없듯이, 이미 빈 곳을 그대로 두는 것도 이를 열심히 채우는 행위만큼 '의미 있'다-의미를 찾고 싶다면.
    인생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인생을 '무언가 이룩할 기회'라고 보는 것은 다분히 성과에 목말라있는 우리의 모습을 비춰준다. 원하기도 전에 태어나 있었고, 모르는 앞날에 가는 이 여행 속에, 뭔가를 경험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갈 수도 있지만, 난 그저 '정처없'어지고 싶다. '기왕 태어났으니 행복하게 살아보자' 라기 보단, '태어났네. 살아가자'로 말줄여본다.
    한편으론, 인생에서 겪는 좋고 싫은 일들이 모두 경험이라 불리니, 경험 그 자체가 인생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그가 쓰는 글을 자주 음미한다. 나는 내 자아와 외부세계를 구분하고, 일찌감치 그 사이에 해자를 깊숙이 팠다. 가끔 내가 건너갈 수도 있고 밖에서 쳐들어올 수도 있지만, 되도록이면 그렇지 않게. 난 자아가 승리한걸까? 아마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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