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6 19:15
하루는 여느 sentimental 한 경민이 답게 멍하니 의미없는 생각들만 하고 있었다. 첫눈이 오는 날이었다. 눈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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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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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나레이션해주는 경민이를 잠시 끄고 눈밭에 contentless 하게 시선을 가져다 놓았다. 그러다, 한자락의 생각이 생각의 환기를 깨는 순간, 그 주제에 대해 몹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눈은 좋은걸까? 눈은 어떤 존재인가? 따위의, '글쓰기 까리한' 주제였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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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보니, 또 하루종일 생각을 하다보니, 스스로 '멋진 생각'을 하려고 무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이 마저도 '이런 문제를 스스로 깨달은 멋진 나'를 표현하려고 한 '기깔난 생각'의 꾀임에 넘어간 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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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곰곰히 '멋있는 글감을 고르'게 된걸까. 생각의 힘을 길러야 겠다는 상념이 가져온 무의식의 몸부림인가. 스스로 생각이 짧다는 성찰을 많이 하기 때문에 성장을 바라는 것일까. 왜 골똘히 생각하는 걸까. 왜 생각을 하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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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주제들을 내 머릿속에서 꺼내려고 하는 것은, 첫째로 아마 다른 사람들의 '품위있는' 글을 읽으며 나도 그렇게 스스로의 생각을 환기하고 전달할 줄 알아야겠다는 나의 동경심때문에서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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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내가 이론물리학을 동경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리학은 세상의 여느 현상을 갑자기 골똘이 관찰하면서 그 안에서 규칙을 '끄집어내면서' 발전한다. 깊이 관찰하고, 왜 그럴까 고민하고, 확실하게 하기 위해 성찰하고 관찰을 반복한다. 그를 통해 '정리된' '함축적인' '원리'를 세상의 지식체계로 끌어올려주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동경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런 ritual,practice 를 흉내내고 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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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대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구도를 우러르기 때문에 물리학을 사랑하게 된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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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방금 또 하나의 내 생각 패턴을 발견했다. '이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이로써 내가 얻는 교훈은 무엇인가?','그래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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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주제에 대해 관찰하고, 글로 표현함으로써 머릿속을 정리 및 형상화한 후, 관찰이 고갈되었을 때 현재까지의 결과물을 가지고 '가치'를 뽑아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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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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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사춘기 - [나의 사춘기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