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3 21:15
세상이 궁금해 달려온 싸지방이었으나, 이내 밀려오는 고독감에 인스타를 닫고 말았다. 군대에 있는 나를 궁금해 할 자가 누가 있겠느냐만은, 조금이나마 기운내기 위해 몇줄 두드린다.
.
이등병 눈칫밥 생활은 긴장감 넘치는 외줄타기와 같다. 새로운 상황들을 빠르게 인식하고 가장 적절한 출력을 내면 그로써 '평시'를 완수하는 것이다.
.
혼자 사는게 아니지만, 혼자인 기분은 이제 익숙하다- 익숙함이 맞는 표현일까. 매번 마주하면 항상 당황하는 것을. 상대방이 사고하는 방향을 항상 유추하지 못함은 사회생활 경험의 부재 때문으로 치부해두고, 혼자만의 공간을 토해내 나 외의 것들을 한 발치 밀어내본다.
.
글쓰기는 나 자신을 손을 통해 끄집어 내어 내 앞에 재조직하는 것과 같다. 퇴고를 하며, 나의 생각을 가다듬고. 내 생각을 읽으며, 양치할 때 거울을 통해 쳐다보는 전우들과 같이 내 자신을 나란이 세워본다. 이 예식을 통해 나는 나를 지키고, 나를 관찰하던 여느 타인이 되어 나를 해석해본다.
.
사람은 정으로 살아간다고 말하던가. 그렇다면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나에게 정을 주는 자들에게 고마워하며 살아야 할까. 나와 같이 정을 받기만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아지면, 세상을 결국 식어 재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
.
으휴, 또 저 깊은 곳으로 침전한다.
.
.
정신적으로 힘든 건 외면하지 못하나, 나를 살아있게 해주는 정을 주는 자들이 저 밖에 있기에, 고개를 크게 젖혀 수면을 향해 헤엄쳐 올라갈 거다. 그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 그들로 인해 나를 느낌이 아닌, 내가 나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짧게 잘린 머리를 이내 차가워진 손으로 앞뒤로 매만지며, 내 머리 위에 내린 서리를 털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