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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글, 나의 노래/감자 글 2022. 6. 24. 15:52

    2020/08/15 02:57
    방금 친구들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를 받으며 기분이 많이 언짢아서 왜 그런 감정을 겪였는지 스스로 풀어보려고 글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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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사고 22기라면 이 글을 찬찬히 읽어보고 댓글로 자신의 생각을 적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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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늦은 시간, 잠자리에 누워 SNS를 하던 중 갑자기 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뜻밖의 전화였다. 이 친구는-벌써부터 인간관계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밝은 성격의 소유자로,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지만 정작 나와는 털어놓고 대화하지는 않는, 쉽게 말해 나의 부계친구가 되지 않은, 그런 친구였다. 당황 속에 전화를 받아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군대 간다고 '전화나 해볼까' 해서 전화를 한 것 같았다. 내가 느끼길, 나와 그 친구 둘 다 '그다음에 어떤 말을 해야 이 활기찬 분위기를 안끊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생각하는 눈치였다. 농담도 계속 해야만 할 것 같아, 잘 들리지 않고 이해가지 않는 inside joke 도 어물쩍 맞장구쳤다. 우리 서로도 애매하게 친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이 친구는 일부러 웃긴 분위기를 조성하는 걸 좋아해서 이 친구와 말할 때는 항상 이런 식의 대화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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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화를 받으며, '내가 왜 가면을 쓰고 있지?' 라는 생각을 했다. 뭔가 나의 본모습과는 다른 나를 내세우고 있었다. 나 최경민은 다소 진중한 속 깊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대화를 좋아하는데, 이런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마치 다른 이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심벌즈 태엽 원숭이 인형이 된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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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사고 애들과, 콕집어서 말하자면 -내가 칭하길- 22기 국내남자 '주류'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면 그런 모습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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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의 문화는 따지고 보면 '웃기 위한, 웃음을 위한 모임'과 같다. 웃긴 이야기만 환영받는, 웃긴이야기가 아니면 곧바로 다른 이의 헐뜯는 대상이 되어 웃음을 어떻게든 창조해내는, 그런 악의 이빨이 벽 빼곡히 박힌 던전이다. 그들이 서로 가십을 하며 '비'웃음거리를 만드는 문화도 이에서 기인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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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그룹의 대화에는 대화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역할체계가 있다. 웃음의 소재를 만드는 자, 이에 자지러지게 웃는 자, 분위기에 휩쓸려 웃음으로 넘기는 자. 웃음의 소재를 만드는 자들은 주로 가십거리를 좋아한다. 마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웃긴 댓글을 양산하듯이, 정말 자극적이면서 웃기 쉬운 코드를 건드린다 (때로는 이 코드를 스스로 창조하기도 한다). 이런 개그를 내던지면, 이에 두번째 부류들이 크게 리액션하여 아주 재밌는 이야기로 보이게 한다. 이에 따라서 그 주변 친구들이 제 모르게 웃게되면, 소재 창제자는 이와 비슷한 코드를 계속 생산해내며 한 곳으로 대화 문화가 치우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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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한 이 친구는 그 속에서 두번째 부류의 사람이다. 자신이 웃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좋아하여, 친구의 다소 거친 농담에도 열광적으로 반응해주는 스타일. 이런 부류의 친구들이 많을 수록 그 분위기는 빠른 템포로 다음 웃음거리를 찾아 흐르게 된다. 이 흐름이 22기 국내남자의 케이스에서는 나쁜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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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적인 우리는, 누군가를 belittle 하는 것에 마음의 일시적 안정을 느낀다. 마치 위생병이 환자에게 주는 모르핀 주사와 같다. 강력하게 문제를 잊게 해주지만, 정작 해결책은 아니다. 이런 가십거리는 누구나 쉽게 공감대를 건드릴 수 있어 더욱 치명적이다. 하나의 화살이 다른 화살들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도 본질적으로 이와 같다. 자기이해가 부족한 청소년들이 본능적 '모르핀'에 따라 다같이 한 방향을 향해 창을 던지는 것, 그것이 학교 폭력이다.
    중요한 것은, 이 일시적 안정이 belittle 하는 의미에서 오기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거친 말에서 온다는 것이다. 두 체인을 거쳐 느끼다 보니 정작 첫번째 체인이 가져오는 악영향은 overlook 하기 쉽상이다. 전에 말했던, 카지노 칩이 소비의 고통을 줄여주어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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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이 너무 길었다. 여하튼 이 친구와 대화를 할 때면 우리의 대화를 '웃기 위한, 웃음을 위한 대화'로 끌고 가는 것 같아 신중한 언어 선택이 어려워진다. 빠른 농담 템포를 따라가다보면 비이성적으로 말을 툭 꺼내게 된다. 이것이 깊이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이러한 실수를 할 까봐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이다. 내가 가면을 쓰고 있다고 느낀 것도, 이들이 원하는 대화를 하기 위해 나와는 다른 모습을 게워내고 있었기 때문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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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나의 이 언짢은 기분은, 이러한 대화전술에 휘말리지 않게 거리를 스스로 유지하는 방어기제로 해석한다.이는 건강한 것이므로, 잘 인지하고 대화에서 신중해져야 한다는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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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이 주제에 대해 정말 많이 문제의식을 느껴 글로 쓰고 싶었지만,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지 못해 쓰지 못했었다. 나도 언짢은 감정을 왜 느끼는지 이해하려 이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번 글의 주제가 이쪽으로 갈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뜻밖의 기회로 이에 대해 쓸 수 있게 되어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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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이 글을 퇴고 하다보니, 특정 부류를 비판하는 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스스로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변화를 위한 비판이라고 생각하므로, 비판 자체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거나 이를 지우기 위한 변명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허나, 나의 가장 사적인 부계에 올리는 이야기인 만큼, 이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한다면 신중하게 발제를 했으면 좋겠다. 당신들은 내가 간담상조하는 사이라 판단해 이 글을 읽게 된 것이기 때문에, 나의 기대를 져버리는 행동은 삼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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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p.s.
    사실 나는 이야기를 나눌 때, 전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전화를 하더라도, 용건이 있을때 딱 용건만 전하는 스타일이다. 영상통화는 더욱이. 이런 (나에게 어색한) 소통 방식을 통해서 그저 안면만 있는 이와 소통하기는 정말 힘이 든다. 용건 전달만 축약해 소통하는 문자에 비해, 전화는 대면해서 하는 대화와 더 가까워서 그런 것 같다. 그러니, 텍스트가 길더라도 문자(메시지를 포함한 문자기반 소통)로 나에게 연락해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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