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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경
    나의 글, 나의 노래/에세이를 써보자 2023. 9. 9. 08:00

    안경은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자꾸찡그리면서 본다고 엄마가 안경점에 데려간 것이 가장 처음으로 안경을 맞춘 날이다. 내 첫 안경은 검은색 바탕에 얼굴 닿는 면은 당근 주황색인 뿔테 안경이었다.

    어릴 땐 누워서 놀다가 잘 준비 안하고 그냥 잠들어버리는 안좋은 습관이 있었는데, 안경을 맞추고 나니 문제가 심각해졌다. 안경을 그대로 쓰고 자버리는 것이다. 안경 끼고 자면 아버지가 항상 아침에 그러신다. “왜, 꿈이 흐릿하게 보여?”

    이 수면습관 때문에 플라스틱 안경은 여러번 부러지고, 철제 안경은 앞뒤로 꾹 눌러져서 제대로 코에 얹을 수가 없게 된다. 내가 안경을 바꾼 가장 빈번한 이유였다. 이 때문에 많이 혼났어서, 이젠 잘 준비를 꼭 하고 자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어릴 때는 시력이 좋지 않아 불행하다 생각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시계가 안보이는게 진짜 화난다. 지각한 것 같은 날 시간은 너무 보고 싶은데 일단 안경을 찾아야하는 것. 별로 느끼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근데 이제 눈수술을 할 법한 나이가 되니, 그냥 안경이 마음 편한 것 같은 생각이다. 세상을 조금 흐릿하게 볼 수 있는 것도 나름 행복이다. 세상이 부옇게 보이면 내가 힘들여 초점을 바라본들 잘 보이지 않으니깐, 눈에 힘을 풀고 다닐 수 있다. 그러면 내가 얼마나 세상을 눈힘주고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

    글씨나 얼굴을 알아보는데야 안경이 필요하겠지만, 의외로 흐릿한 시력으로도 살만 하다. 예컨대 농구할 때는 안경을 꼭 벗고 한다. 그 채로 연습을 많이 했어서 곧잘 된다.

    한편으로, 안경도 좋은 분위기 연출 오브제인것 같다. 어떤 안경은 유순해보이고, 어떤 안경은 박사님 같아 보인다. 이제 안경 바꿀 때가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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