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시간의 탄력성이 너무 크다. 버스가 오는 시간이 기차처럼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도착할 법한 시간대가 정해져있을 뿐. 이 마저도 쉽게 계산해내기 어렵다. 기사님이 오늘 빨리 달리거나, 길이 많이 막히는 하루였거나, 신호에 여러번 걸린 하루였거나, 하는 다양한 이유로 버스 시간은 매일 바뀐다.
버스를 놓치면 그만큼 기다려야 하고, 환승역에서도 얼마나 기다릴지 모른다. 40분만에 갈 수 있는 거리를 1시간 반이 걸리게 만든다.
버스 소요시간이 긴 것도 마음에 안든다. 이미 지각이 예정되어있을 때 특히 그 고통이 심하다. 응 넌 이미 졌어, 같은 느낌.
철도가 인류에게 분단위 시간개념을 주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포항 시내버스는 나에게 30분 단위 시간 개념을 주었다. 내가 타고 다니는 노선들이 20분 배차간격이기 때문이다. 지각을 하면 30분 단위로 한다.
그래서 30분 일찍, 1시간 일찍 도착할 수 있게 계획한다. 이동시간 1시간까지 도합 2시간 일찍 움직여야 한다. 이게 뭘 뜻하는지 감이 오는가? 9시 수업을 가려면 7시버스를 타기 위해 6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7시에 일어나면 도착했을 때 수업은 이미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번학기 지각과 결석을 많이 한 것에 대해 버스를 탓하고 싶다. 버스는 나를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게 했다. 30분 단위로 버스를 놓치기 때문에, 늦잠잤을 때 일어날 힘을 낼 수가 없다. 늦잠을 자면 나는 보통 ‘에이, 오늘은 느긋하게 준비하라는 거네’ 라며 천천히 아침을 열곤 하는데, 30분단위로 계속 버스를 놓치면 10분만 더 졸아도 다시 촉박해진다. 그렇게 또 촉박한 하루로 돌아가면 또 몸을 일으키기 싫어진다. 그럼 어영부영 있다가 또 그다음 버스를 놓치는 것이다. 이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결국 두번째 수업, 세번째 수업까지 빠지곤 했다.
기숙사에서 살 기회가 한번 왔었는데, 거절한 것이 후회된다. 버스로 인한 시간계획 스트레스가 없을 수 있었는데. 여러모로 나쁜 선택의 연속인 학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