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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넌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 거 같지는 않아
    나의 글, 나의 노래/감자 글 2023. 5. 18. 22:09

    책을 많이 읽어요? / 아뇨. 거의요.
    음..(머뭇) 왠지 그런 것 같았어요. / (화들짝) 예?
    아니, 제 말은, 말씀하시는 것들이 책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니라서요. 뭔가 책으로 쌓인 이야기들이 아닌 거 같아요.

    가끔씩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책을 많이 안읽는다는 내 치부가 드러난 것이 한편으로 부끄럽지만, 그 이면에는 조금의 울림이 있다.

    책에서 얻지 않은 나의 이야기들은 사람들에게 새롭게 다가오나보다. 내가 어쩌다 책에 나오지는 않을법한 이야기를 지니게 되었을까.

    첫째로, 책을 읽지 않으니 그렇다. 책에서 무릇 하는 이야기들을 입력받지 않고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펼쳐나갔으니, 둘의 연관성은 적은게 당연하다. 마치 구글 안쓰고 순수창작으로 과제를 내면 표절 검사에 걸릴 일이 없듯이 말이다.

    모르는데 어떻게 따라해요!

    둘째로, 내 나름의 생각 방식 취향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개진할 때 쓰는 방법은 얼추 정해져있다. 이 글처럼 원인을 나열한다던가, 생각의 꼬투리를 찾아내 생각의 고리를 만든다던가. 관계를 역전해 바라본다던가, 숨은 따름정리를 찾아낸다던가. 이렇듯 내가 사용하길 즐겨하는 생각기법들이 있어 내 글들은 그 결이 일관성이 있다.

    셋째로, 글을 기반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을 써내려가며 생각을 발전시키다 보니 내 생각을 곱씹기가 편하다. 방금 쓴 문장을 다시 읽어보기만 해도 의미가 확 달라지는 경우도 있으니깐. 그래서 더욱 생각의 불꽃이 럭비공처럼 비산한다.

    책을 많이 읽지 않아 생긴 고유함이 싫지는 않지만, 책을 읽어야겠다고 항상 생각한다.

    그 첫째 이유는 표현력의 부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평소 어휘력과 문장력은 삶과 글의 해상도를 높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참고할만한 글을 많이 읽을수록 좋을 것이다. 물론 생각을 빌리고 관용구를 빌릴 수록 비슷한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둘째 이유는 주제의 다양성을 기르고 싶기 때문이다. 내 머릿속에 드는 질문들만 대답하다보니 주제의 폭이 엄청 개인적이고 좁다.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다보면 여러 분야의 생각과 단상을 하게 될 것이다.

    글을 많이 읽고, 많이 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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