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나이에 대하여나의 글, 나의 노래/감자 글 2023. 6. 13. 15:16
난 나이에 민감하면서 둔감하다.
처음 만난 사이에선 매우 민감하다. 나보다 나이가 많을 경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깍듯하게 행동한다. 자신을 잘 따라줘서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도 있고, 가끔 군기가 바짝 오른 사람처럼 보인다고 좀 불편해 하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내 마음에 편하다. 초면에 정중한 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태도로 통한다고 믿는다.한편 나보다 나이가 적을수록 더 정중히 대한다. 내가 나이를 앞세워 내가 무례한 행동을 할까봐 스스로 자중한다. 스스로 나이에 대한 존중을 크게 의미두어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사람들도 으레 그럴것이다 라고 은연중에 지레짐작하는 것을 경계한다. 내가 선배와 웃어른을 대하듯이 손아랫사람이 나에게 대해주길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 경계한다. 그러면서, 내가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는 않는지 항상 고민한다.
나는 내 후배와 손아랫사람에게 다정하고 격의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재밌는 사람까진 못되어도 적어도 같이 있을 때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군대에 있을 때에 이 마음을 굳혔다. 분명 군대에 먼저 와서 몇달 더 구른 사람들은 내가 걸어온 길을 걸어보았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삶의 지혜가 있다. 비단 일에서 뿐만이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적절한 존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반면 후임들은 나보다 몇달 늦게 입대한 사람들일 뿐, 나에게서 하대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내가 그들을 하대할 당위나 필요, 목적 따위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선임에게 깍듯한, 후임에게 온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실제로 내 뜻이 가닿아 잘 이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는 한편, 나는 어느정도 신뢰하고 친해지면,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모두에게 편안히 대한다. 손윗사람에게는 좀 더 능글맞아지고, 손아랫사람들에게는 상대방의 심적 격의를 낮출 수 있도록 다가간다. 나이만 다를뿐, 나와 같이 인생을 살아갈 사람들이니깐.어느 시점부터는 나이를 넘어선 소통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렇듯, 나는 나이는 인간관계에 있어 지켜야 할 선이라고 생각한다. 그 선을 최대한 빠르게 유연하게 만들어 나이로 인한 관계의 경직을 풀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허물어야 할, 허물기 전까진 철저히 지켜야 할 선이다.
'나의 글, 나의 노래 > 감자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양하게 살려면 플랫폼이 단단해야 한다 (2) 2023.06.15 가족의 범위, 그 의미에 대하여 (1) 2023.06.13 착한 카리나에 대하여 (2) 2023.05.20 넌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 거 같지는 않아 (3) 2023.05.18 아픈 마음의 상처에 음악의 연고를 발라버려 (2) 2023.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