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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에세이 1차 피드백나의 글, 나의 노래/감자 글 2023. 9. 25. 13:27
지금까지 총 28편의 1일 1에세이를 썼다. 하루에 하나씩 썼다고 계산했을 때 4주를 꼬박 쓴 양이다. 1일 1 에세이를 8월 29일에 마음먹었으니, 거의 매일 쓴 것과 다름 없는듯 하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나의 모습을 잠시 경계하고 앞으로의 힘을 비축하기 위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고 앞으로의 길을 바라보려한다.
1. 정진했는가
결과적으로 보면 잘 정진했다. 꼬박꼬박 하루에 한편씩은 글을 쓴 셈이니깐. 하지만 마음 한켠이 자신없는 이유는 이 성과가 나의 온전한 determination 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독자들이 기다리니깐, 독자들이 독촉할 것이니깐 어떻게든 글을 잡고 썼다. 말하자면 외부의 채찍질에 의해 움직인 것이다. 사실 그러려고 1일 1에세이를 선언한 것이긴 하지만, 그 등떠밀림에 의해 일을 해냈다는 것은 마음 한켠은 떳떳하지 못하게 한다. 나의 부족한 자가동기를 채워준 독자들에게 고맙고, 열심히 채찍질해주고 찾아줬으면 좋겠다.
날짜면에서 기한은 잘 지켰지만, 시간 면에서 기한을 지키지 못한 것도 뉘우칠 지점이다. 아침 8시에 발행하게 정했던 것은 자기 전 다음날 글을 마무리하고 예약 걸어놓고 자자 는 생각이었는데, 자기 전에 글을 쓰지 않으면 그 다음 날 아침에 부리나케 글을 쓰곤 했다. 아침 운동을 갔다오면 이미 8시가 넘기 때문에, 밤에 쓰지 않으면 그냥 기한 미엄수는 확정된 것이었다. 이런 일들을 모면하려고 글을 열심히 쟁여두려고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시간이 나면 사진찍느라, 기타치느라, 음악듣느라 글을 잡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아직 연재작가로서의 프로의식이 부족하다.
2. 좋은 글을 썼는가
매일 한편의 글을 써야겠다는 고집과 재밌어야 소비된다는 부담감, 다채로운 글감이 흥미롭다는 압박감이 크게 작용한 글쓰기들이었다. 이 글들은 개인만족의 독백이 아니라 쪽글시장의 생산자로서의 가치창조라는 생각이 컸다. 독자들을 위한 글을 쓴 것이다.
사실, 그런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글을 쓴 것 같지 않아 불편하다. 어떤 것이 소비자의 니즈인지 파악하지 않았고, 어떤 글이 잘 소비가 되는지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내가 혼자 떠들고 마냥 좋아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어떻게든 내 오리지널 생각을 뽑아내는 데 급급했고, 기한에 쫓겨 검수를 철저히 하지 못했다. 그래서 글들이 정돈되지 않았고, 주제들이 극히 개인적이다.
3. 글감은 좋은가
적당한 글감을 고르는 것이 매일의 고민이었다. 아직 쌓여있는 글감은 정말 많지만, 아직 편찬해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그 글감의 길이가 너무 길거나 짧기 때문이다. 짧은 주제들을 묶어서 쓰자니 글의 제목을 정하질 못하겠고, 긴 주제를 쓰자니 두세시간 사유해야 하니 그 적정선에 맞는 글감 후보를 추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나를 한꺼풀씩 벗겨내어 이야기 보따리를 채웠다. 내가 살아가며 생각하는 것들, 나의 답습들을 글감으로 태웠다. 그것들은 내 몸에 체화되고 많이 생각했던 것이니깐 술술 써지기 때문이다. 근데 그런 것들도 이젠 'confidential'한 것들만 남아 걱정이다..
4.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첫째로, 아침에 글을 쓰는 시간, 점심에 글을 쓰는 시간을 보장해놓아야겠다. 보통 내가 글을 쓰는 시간은 아침 먹고 수업 시작전 커피타임, 점심 스킵하고 쉬는 시에스타 타임, 그리고 샤워하고 자기 직전 베드타임인데, 이 중에 베드타임을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점심시간을 잘 활용하려 한다.
나는 학교에 오면 점심을 안먹는다. 대신 아침 저녁을 꼭 챙겨먹는다. 설명할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제쳐두고 어쨌든 점심 시간이 빈다. 언제는 12시부터 2시반까지, 언제는 1시까지 온전히 쉬는 시간이다. 이 때 글을 열심히 써야겠다. 2시 반까지 있는 날은 좀 헤비한 글을 써보고, 1시까지 있는 날은 가벼운 글들을 써봐야겠다. 그래서 여러 쟁여놓은 글감들을 활용하고 싶다.
둘째로, 글 검수를 좀 더 해야겠다. 기한에 밀려 검수하지 못하고 일단 발행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저녁 베드타임을 그렇게 사용하려 한다. 점심시간에 쓴 글을 내일을 위해 검수하고 발행예약을 걸어두는 시간으로.
셋째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블로그를 꾸준히 드나드는 열혈독자라면 눈치챘을 수도 있지만, 여러 카테고리들이 빠르게 생성되고 감춰진다. 비공개로 쌓아두니 각각에 글이 보이진 않겠지요. 여튼, 나의 생각을 이야기의 형식으로도 써보고 싶다. 때로는 소설로, 때로는 시로, 때로는 편지로, 때로는 노래 가사로 써보고 싶다. 글의 형식의 다양화를 꿈꾸고 있다.
넷째로, 문장을 다양하게 구사하기 위해 책을 읽어야겠다! 내가 쓰는 표현들이 얼추 정해져버린 것 같아 아쉽다. 더 많은 생각의 방법을 배우고, 많은 어휘를 챙기고, 많은 뉘앙스를 세심하게 쓰기 위해 책을 이것저것 읽고 있다. 점심시간은 그렇게 사용할 것 같다.
5. 소감
오랜만에 글쓰기를 루틴의 영역으로 끌어오게 되어서 다분히 뿌듯하고 행복하다. 이로써 나의 삶의 기둥을 다시 단단하게 박는 이번 학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동의 독자층을 갖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전에는 내 글이 부끄러워 그러지 못했지만, 이젠 그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독자들에게 내놓고 싶다. 내 글이 취향에 맞고, 지하철을 기다리며 웹툰 대신 내 글을 꺼내보는 사람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마음의 소리>처럼 꾸준히 글을 찍어내겠다.
작가의 말.
어제 일요일에 쓰지 한 밀린 숙제 제출합니다..
다음 피드백에 똑같은 피드백을 하지 않도록 기한 엄수 하겠읍니당..'나의 글, 나의 노래 > 감자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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