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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게 살려면 플랫폼이 단단해야 한다나의 글, 나의 노래/감자 글 2023. 6. 15. 01:07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은 사람이다. 가진 취미만 해도 열손가락을 넘는다. 욕심과 실행력도 좋아서, 각 취미마다 일을 크게크게 벌린다. 커피 공부를 한다던지, 밴드를 한다던지, 사진 출사를 나간다던지, 뉴스레터를 개설한다던지. 이런 모든 취미들을 하고 살아야 행복을 느끼고 산다.
나는 시간의 적금을 믿는 사람이다. 뭐든지 조금씩 오래 하면 다 이룰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마치 하루에 영단어 5개씩 외우듯이 매일 모든 취미를 조금씩 한다. 이 모든 일들을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처음 시도했던 방법은 '매일 할일' 프로토콜이다. 취미를 하나의 루틴으로 치환하여 매일 일정에 넣는 것이다. 아래 사진과 같이 매일마다 할 일을 해나가며 동그라미를 쳤다. 매일 루틴을 구구절절 쓸 수 없으니, 기호화해서 책갈피 형태로 코팅해서 참조했다. 이렇게 하루하루, 한주, 매달 정산을 해가며 얼마나 꾸준히 하고 있는지 볼 수 있게 한다.
이 방법은 큰 결점이 있다. 그날 뭘 했는지, 어제 뭘 했었는지 기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타 연습을 3분해도, 1시간 내내 해도 똑같이 기록된다. 그래서 어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일을 마저 이어서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두번째 방법이 도입되었다.
두번째 방법은 '매일 한일' 프로토콜이다. 이 전에는 '했다' 정도만 기록으로 남겼다면, 이 방법에선 '뭘 했다' 를 중점으로 기록을 남겼다. 일단 뭘 했는지를 적으면 '했다'도 자동으로 기록되는 거니깐.
이 방법에도 결점이 있다. 바로, 기록이 날짜순으로 쌓인다는 것이다. 취미별로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한눈에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중간중간 계속 회고록을 써줘야 한다. 이 귀찮음을 덜고, 프로젝트 간 더 효율적인 기록을 남기기 위해 세번째 방법이 도입되었다.
세번째 방법은 '프로젝트 기록장'이다. 이 방법은 페르미의 캐비닛을 모방한 방법이다.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A-Z 순으로 정리해두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 방법과 비슷하게, 내가 가진 모든 프로젝트를 한 권에 담아 보는 시도를 했다.
항상 이런 '경민의 지식사전' 비슷한 것을 구축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는데, 항상 확장성이 문제였다. 여러 주제를 하나의 노트에 적으면 생기는 문제이다. 100장짜리 노트에 3가지 과목을 노트필기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합리적으로, 첫번째 주제는 1페이지부터, 두번째는 33페이지부터, 세번째는 66페이지부터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만약 첫번째 주제가 32페이지 이상 분량이라면? 주제가 3개보다 더 많다면? 한 주제가 두 섹션으로 나뉘어 작성된다면? 각 주제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쓰는 '색인' 기능이 꼭 필요했다.
확장성이 큰 바인더형 노트를 사용해보려고도 노력해봤는데, 뭔가 바인더는 손에 잘 안 익는다. 금방 구멍 부분이 헤져 페이지가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뭔가 정이 안간다. 떡바인딩이 되어있는 노트를 손에 꼭 쥐고 다녀야 뭔가 쓸 맛이 나고 정이 붙는데, 바인더형 노트는 넘기는 맛도 별로고 하여간 맘에 안든다.
이 방법은 종이 한장 단위로 쌓인다는 면에서 결점이 있다. 종이 한장 단위로 작성하다보니 펼쳤을 때 앞 페이지와 뒷페이지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두 페이지 분량인 내용이 있을 때, 첫페이지를 오른쪽에서 읽고 '페이지를 넘겨서' 왼쪽에서 읽는 것이 싫었다. 첫페이지를 왼쪽에서 읽고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오른쪽에 이어지는, 그 흐름을 만들고 싶은데, 그러려면 종이 단위로 분리되는 바인더형, 링노트형 기록 패러다임에서 구현하기가 어렵다. 주제별로 끊어서 재분류할 수 있다는 장점이 곧 흐름을 저해하는 단점으로 온다.
그래서 내 개발 블로그를 세웠다. 지금 쓰고 있는 이 티스토리 블로그는 내 생각을 정리한 글이 올라오고, 내 개발 블로그는 내가 하는 모든 프로젝트들을 기록한다. 이 블로그는 앞의 세 시행착오를 '디지털화'에 힘입어 융합한 방법이다. 이 블로그는 첫 방법처럼 매일 할일을 기록하고, 두번째 방법처럼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록하고, 세번째 방법처럼 프로젝트별로 내용을 분류해 저장한다. 말하자면 색인 기능을 하이퍼링크를 통해 강화한 형태이다.
https://2ood.github.io/oodlib/
이 플랫폼으로 정착하는 데에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내가 완전 황무지에서 만들어올리려고도 해봤고, 이 티스토리 블로그를 통해 비슷하게 구현하려고도 해보았다. 그 시행착오동안 코딩 실력을 길러서, 어느정도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형태의 개발 블로그를 세운 것이다.
나는 욕심이 많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믿고 싶지 않다. 그 대신, scalable management system을 구축함으로써 그 모든 취미를 한번에 휘어잡고 끌고가려 한다.'나의 글, 나의 노래 > 감자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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